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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문화평론가)
스티브 잡스는 평소 정치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말 강력하게 성토한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를 들어 정치가 경제를 망치는 대표적인 예라고 했다. 바로 이민법 이었다. 그는 해외 출신의 유학생을 자유롭게 고용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규제 현실을 성토했던 것이다.
미국은 연간 14만명에게만 영주권을 주고 있다. 또한 특정 국가의 유학생의 비율이 7%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따라서 인구수에 비추어 유학생 수가 많은 나라는 상대적으로 제한을 받게 된다. 인도와 같은 나라들은 수십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가 된다. 인도의 유학생이 영주권을 받으려면 약 7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도 들린다. 현재 미국 대학에서 공학박사학위를 받는 학생의 70%가 외국인이다. 스티브 잡스에게는 이러한 우수한 해외 인재들이 필요했고, 애플을 유지하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잡스는 그들이 더욱 필요했지만, 이민법은 이를 가로막고 있고 정치권은 쉽게 움직이지 않아 분노를 폭발시켰던 것이다. 이는 애플만이 아니고 미국의 기업들에게 모두 해당된다.
스티브 잡스의 아버지는 시리아인 압둘라파타 잔다리인데 그는 1950년 미국으로 이주해 교수를 지냈다. 만약 그의 아버지가 미국에 이주하지 않았다면 스티브 잡스는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애플도 없었을 것이다. PNAE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500대 기업의 41%는 이민자나 이민자의 자녀가 창업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첨단기술 중 45%는 이민자나 이민자의 자녀가 창업했다. 고성장 기업의 대부분이 이들이 창업한 회사였다. 그들은 새로운 도전과 위험감수(Riskㅡtaking)가 강하다.
2009년말 오바마 대통령은 높은 한국의 교육열을 칭찬했다. 한국의 부모들은 아무리 가난해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헌신한다며 열정을 가지고 학습하는 한국 학생들의 태도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뒤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인 교육열을 높이 평가했다. 미국의 내적인 창의력이 외부 해외 인재들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들이 단적으로 방증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새 한국에서도 우수한 학생들 가운데 유럽에 유학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 미국유학을 선택한다. 한국의 우수하거나 월등한 성적의 학생들은 모두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고 그곳에서 자리를 잡기 원한다. 기러기아빠 현상은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우수한 인재의 자녀들이 우수한 성적으로 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그것에서 상위층으로 발돋움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을 이길거라고 하지만 사실 이러한 유학생들의 흐름과 활용을 보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세계강국이 되려면 세계 각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중국 유학을 선택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일본에도 우수한 학생들이 유학을 가야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스티브 잡스의 힘은 바로 우수한 인력들이 미국에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유럽의 위기는 어느새 우수한 인재들이 유럽에 몰려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일부에서는 해외출신 유학생들이 학위를 취득하면 무조건 영주권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펼친다. 미국이 세계강대국의 면모를 가지고 있는 측면은 바로 세계의 우수한 학생들이 끊임없이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찾기 때문이고 이러한 이민법의 개정에 따라 미국의 창의력은 또한번 변신을 하게 될 지 모른다.
요컨대, 스티브 잡스의 애플사가 세계적인 위용을 가지게 된 것은 세계적인 다교류의 이민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스티브 잡스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그러했고, 스티브 잡스의 애플 사 제품들은 세계적인 인재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미국의 대기업들은 대부분 해외 인재들이 버티고 있다.
삼성이 만약 세계적으로 애플을 뛰어넘어 일류기업이 되려면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한국에 몰려들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다문화 이주의 흐름은 이러한 점과는 배치된다. 고급인재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한 미래선도형 이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흐름은 산업국가 시대의 육체노동에 매우 치우쳐 있다. 단순히 스티브 잡스의 개인적인 창의와 선도력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그가 어떤 인재들이 필요했는지 볼 필요가 있다. 미래의 기업은 전세계적 인재들을 어떻게 다양하게 활용하여 혁신적인 제품들을 만들어내는 지가 관건이 된다. 따라서 폐쇄적인 교육이나 인력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의 다문화 정책이 주로 과거지향적 체제에 머물러 있는 한 스티브 잡스와 같은 기업 리더나 애플사 혹은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에게 뒤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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