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우파의 이분법, 언제까지 해야 하나?

    칼럼 / 이기문 / 2012-02-13 1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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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문 변호사

    (이기문 변호사)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나오는 이념논쟁이 치열하다.

    특정언론과 특정 정당에선 세상 모든 일들을 좌파와 우파로 나누어 판단한다. 좌파는 ‘저질’로 다루고, 우파는 ‘고상함’으로 다룬다. 정봉주의 나꼼수 류는 막말과 야유, 꼼수, 안하무인의 태도 등을 일상으로 삼았다고 지적하고, 구정물이 흐르는 하수도에 비유한다.

    하수도 환경이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하수도는 여전히 하수도라는 지적이다. 언제나 좌파는 저질로 놀았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깊이 생각하고 힘들게 읽는 것을 포기하고 하수도처럼 놀 자리를 찾아가서 그 물에 휩싸였다고 했다.

    좌파 지식인들과 야당 정치인들을 일갈한다. 이들은 '저질(低質)'이 가지고 있는 언어의 정치 위력을 이용했다고 말이다. 허접스런 말 그 자체가 교리가 되었단다. 좌파 지식인들과 야당 정치인은 저질과 합작해 우파정권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주장도 서슴치 않았다.

    반면 우파 지식인들이나 여당 정치인들은 마치 ‘고상함’이 일상인 것처럼 묘사하는 기교를 부렸다.

    그러면서도 모든 이들이 ‘아침에 눈 떠서 '도덕주의자'로 행세할 수는 없다.’고 전제한다. 그리고 좌파들이 허접함을 과시하고 이를 팔아먹는 세상이 되었다고 개탄한다. 우파 지식인이들의 고귀한 가치나 사상(思想)은 '닥치고' 묻지 말란다. 여당정치인들의 고상한 돈 봉투는 외면한 채, 마치 머리가 가득 찬 지식인 양 언어를 표현한다.

    공지영이 좌파외도를 했다고 주장하고, 마치 공지영이 한 때 어울려 함께 놓았던 세월을 후회하는 것처럼 희화한다.

    그런데 그 저질이 저질로 그치지 않고, 고상함과 섞이고, 저질이 고상한 척한다면서 마치 세상은 저질과 고상함의 철저한 경계를 무너뜨린 것처럼 유도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이 세상에 저질과 고상함이 어디 따로 있는가? 우리 몸 안에는 저질도 있고, 고상함도 있다. 누구나 화장실에 가서 ‘똥’도 누워야 하고, 책상에 앉아서는 ‘이 세상의 이상’을 생각하는 고상함도 갖추고 있다.

    오른손이 있으면, 왼손도 있지 않은가? 때론 우리는 한 입으로 ‘가카 새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존경하는 대통령님!’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한 입으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 몸과 마음에 두 가지의 요소는 다 있게 마련이다. 다만 분별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곽노현 교육감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보는 입장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두 가지 생각들을 다 가지고 있다는 것엔 동의할 수 있다. 저질로 놀고 싶을 때도 있고, 고상하게 놀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좌파와 우파로 나누고, 상대방은 저질 좌파로, 나는 고상한 우파로 모는 형태는 이제 그만두었으면 싶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언제나 아름다운 세상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러운 세상을 살 때도 있고, 아름다운 세상을 살 때도 있다. 특별히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념 논쟁으로 이익을 얻고자 하는 노력은 이제 그만두었으면 싶다.

    논리의 힘만으로 세상을 재단할 수는 없다. 이념의 빛깔로 세상 사람들을 편 가르기 할 수는 없다. 전체를 보아 판단해야 한다. 어떤 특정인을 왕따 시키는 일보다, 자신이 스스로 왕따 당하지 않으려면, 이젠 이 모든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국익을 위해서는 FTA를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어느 것이 더 큰 국익이냐에 대한 입장 차이뿐이다.

    똑 같은 국익이라도, 자신이 치중하는 계층의 이익이 더 큰 국익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입장은 자유롭게 표명할 수 있는 나라, 그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 아닐까! 좌파와 우파를 칼로 무 자르듯 구별하는 일은 이제 제발 그만 두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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