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논란, 진영논리와 이론의 한계에서 벗어나야

    칼럼 / 정희준 / 2012-02-16 1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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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준 동아대 교수
    (정희준 동아대 교수)
    많은 이들이 ‘진보의 도덕성’을 이야기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꼼수측의 사과를 요구한다. “문제의 핵심은 비키니를 이용한 시위 형식이나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라 ‘코피’발언을 통해 드러난 남성 위주의 여성관”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문제의 핵심부터가 그렇다. 나꼼수를 비난하며 사과를 강요하는 이들이 제기하는 핵심은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이후의 발언들’이라 주장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반성과 성찰을 않는 그들의 모습’이라 하기도 한다.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몇 가지로 단순화 시켜볼 수 있겠다. 이 사태는 표현의 자유 대 여성해방의 대결로 볼 수 있다. 진보 대 진보의 대결이다. 그럴 경우 이제까지 피해자로서의 역사를 가진 여성이 자신의 육체를 통해 표현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라든지, 또는 나꼼수 등의 마초들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 하고 이를 유통, 소비하는 행태에 대해서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문제를 조금 다르게 본다. 이번 사태의 구도는 팬덤 대 진보의 충돌, 더 세부적으로는 나꼼수 팬과 여성계를 포함한 진보 지식인 간의 대결이다. 팬덤과 진보의 대결이라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갈등상황이기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의 말을 쏟아내지만 결론으로 다가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번에 많이 쏟아졌던 표현 중 하나가 바로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겨 든다”는 것이었다. “농담을 다큐로 받는다” 역시 같은 의미겠다. 농담을 다큐로 받는 팬덤과 진보의 싸움이기에 이번 싸움은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힘든 것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비키니 시위 그 자체이고 본질은 오랫동안 쌓인 감정이다. 나꼼수가 이제까지 정치인을 포함한 진보에게 보낸 조롱, 그리고 자신들의 엄청난 인기와 자신들의 능력이 전지전능의 수준에 오른 듯 과시하는 오만, 이에 따른 진보의 불쾌함과 그 밑에 깔린 시기, 질투가 뒤섞인 감정 말이다. 또 그 밑바닥엔 여성계의 드러내기 힘든 감정도 있다. 이러한 감정의 문제를 온갖 이론과 개념을 끄집어내 해체에 나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이번 사과 공방에서 드러난 재밌는 사실이 있다. 어떤 이는 “쿨하게 사과하라”고 하고 또 어떤 이(한윤형)는 “미안함을 표시해 달라” 한다. 다른 여성학자는 친절하게 주진우는 “누님들 왜 이러세요. 너무 부끄럽잖아요,” 정봉주는 “저는 부인도 있는 몸입니다. 이러지 마십시오” 이렇게 이야기 했어야 한다고 한다.
    여기에 여성계의 곤혹스러움이 있다. 사실 이번 사태는 여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여성계의 문제이다. ‘같은 편’으로부터 불쾌한 일을 당하게 되자 “우리는 진보의 치어리더가 아니다”라는 불만이, “진보진영에서 우리는 누구였나”라는 자괴감이 표출된 것이다.
    여성계가 남성들의 소굴일 수밖에 없는 진보진영에서 그들과 ‘같은편’이라는 인식 속에 여성운동을 하는 것은 어딘지 어색하다. 이번 ‘비키니 응원’ 사태도 다른 ‘골빈’ 남자들이 했다면 무시하고 지나갈 수도 있는 문제였는데 이 사태를 촉발시킨 인물들이 진보진영의 인물들이었기에 더욱 상처받은 것 아니었는가. 지금의 상황이 참으로 복잡하면서도 난처한 것은 나꼼수 측이 만약 사과를 한다면 비키니 응원에 나섰던 여성들이 ‘골빈년’으로 귀결된다는 데에도 있다. 이런 복잡한 지형 속에 결국 여성계는 (나의 주관적 판단이지만) 얻은 게 별로 없다. 오히려 이번 사과 공방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는 움츠려들 수밖에 없고 특히 신체를 통한 여성의 표현의 자유는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개인적 바람을 전한다면 이러한 논쟁(적 소통)은 이론이나 공학적 해체보다는 상식에 기반 한 논리로 서로 주고받는 것이 더 의미 있고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출처:미디어스(http://www.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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