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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환 소방방재청장)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보면 질투와 증오에 불타올라 아내를 죽인 주인공이 격정을 가누질 못했을 때마다 종이 나부랭이에 불을 붙여 태우길 연속하는 장면이 나온다.
즉 원한ㆍ분노ㆍ증오를 가눌 수 없을 때 연쇄방화를 일으키게 된다.
지난 달 15일 중미 온두라스의 코마야과 교도소에서 재소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인해 재소자 350여명이 숨지는 사상최악의 비극이 발생했다.
그전 10일에는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 연쇄 방화사건이 일어났다.
용의자를 잡고 보니 학교폭력에 시달려 우울증을 앓던 고등학생이었다. 이 학생은 자신이 다니던 학교와 교회에도 불을 지르는 등 한 달 사이 4건이나 방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충남 당진시 합덕읍 주택 화재로 일가족 5명이 숨진 사건도 빚에 시달리던 가장에 의한 방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4년 전 숭례문 방화사건을 우리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2008년 2월10일 오후 8시40분경 한 70세 노인이 토지보상금에 대한 불만을 품고 계획적으로 저지른 불에 숭례문이 전소된 사건이다.
방화범죄란 고의로 화재를 일으켜 공중의 생명이나 신체·재산 등에 위험을 초래하는 범죄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살인·강도·강간 등의 범죄와 함께 4대 강력 범죄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되고 있을 정도로 위험성이 큰 범죄이다.
방화는 범죄를 은폐하거나, 보복을 목적으로 한 계획적 방화와 현실불만, 가정불화, 호기심 충족에 의한 우발적 방화, 방화광(pyromaniac), 정신장애 등 습관적 방화로 분류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는 보험금을 노리거나 범죄를 위한 제3자에 의한 방화가 다수인데 반하여 우리나라의 방화 동기는 불만해소, 가정불화, 정신이상 등이 주된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회적 소외 및 가정불화로 인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인을 노리고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 불을 지르는『묻지마』식 방화가 자행되고 있고, 보험금을 노린 방화도 한몫을 하고 있다.
지난 해 방화는 전체 화재 43,875건중 5.1% 2252건이 발생했다. 특히, 화재 사망자 263명중 30%인 79명이 방화로 사망했다. 재산 피해액도 전체 화재 피해액 2565억2800만원중 3.4%인 88억4400만원에 이르렀다.
이제 방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특히 최근 증가하고 있는 화풀이형 방화는 양분화 되고 있는 사회 환경 상 문제와 이에서 파생되는 가치관의 붕괴가 이를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계층을 포용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개선과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더욱이 방화가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소방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어린이안전 교육사업과 연계하여 어린이 방화예방 교육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해야 할 것이다.
어느 누구도 방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방화범죄의 통제와 예방에 관련 있는 사회 각 기관들이 방화 대책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를 소홀히 한다면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방화범죄는 우리 사회에 보다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화 대책에 보다 진지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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