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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승 극작가) 우리에게는 정부가 있어도 나라는 없고, 정당은 있어도 나라가 없으며, 심지어 학교(교육)가 있어도 나라가 없다는 개탄을 수없이 되풀이해 온 처지여서 이젠 다시 입에 담기조차도 쑥스럽고 민망한 노릇이지만, 보고도 못 본 척 할 수 없는 한심한 작태가 그칠 줄은 모르는 판국이라 소귀에 경을 읽는 심정으로 한 번만 더 쓰기로 작심을 하였다.
4.11 총 선거를 보름 남짓 남겨놓고 보니 마치 중구난방과도 같은 구경거리가 쏟아져 나오는데, 여당이라서 나을 것도 없고 야당이라서 못할 것도 없는 한심지사가 연일 반복되고 있다.
재미있는 구경거리도 한 두 번이면 지겨운 판국인 데 재미는 고사하고 치사하기까지 한 꼬락서니가 너무 한심하고 유치한 지경이라 이젠 말문까지 막힐 지경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나라의 형편을 살펴보면 안다. 도대체 성한 곳이 있던가. 진보와 보수를 가르고, 1%도 못되는 재벌과 99%가 넘는 서민을 가르고, 좌와 우를 가르고, 호남과 영남을 가르고, 그것도 모자라서 이명박과 노무현까지 갈라놓았으니, 각 정당은 천박하고 야비한 선동을 해서라도 표를 구걸해야 하는 일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참으로 절박한 처지에 몰린 꼴이다.
나라의 미래와 관련된 비전을 제시하여 국민(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넓고 깊은 고민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고민을 해야 할 자리에 선동과 속임수를 끼어 넣는 것이 다반사가 되더니 그 결과가 두 정당의 공천과정이나 비례대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언론에 따르면 전과ㆍ병역미필ㆍ세금 체납의 ‘3관왕’이 무려 9명이나 되고, 사정은 여하 간에 병역미필자가 무려 146명에 이르고 있으며, 심지어 전과 6범도 포함되어있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또 새로운 인재의 영입이라는 것도 정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인기인들 중심이어서 국가정체성의 확립이나, 국가 미래의 비전을 세우려는 뜻이 전혀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작태나 다름이 없다.
한 달 전만 해도 사생결단을 하듯 전국을 뜨겁게 달궈 올렸던 한미 FTA의 찬반이나,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에 관한 찬반은 더 이상 결정을 미루면 국론의 분열과 갈등의 뇌관으로 변할 것이 분명했었는데도, 4.11총선의 공약이 되고, 이슈가 되는 것이 두려워서 반대하던 사람들은 어느새 빠지고 없다. 그들이 속한 정당들도 함께 모른 채 하는 판국이면 무책임도 이미 도를 넘었다.
이같이 이중적인 잣대에다 줏대 없고 염치없는 사람들을 또 국회의원으로 뽑아야 한다면 오히려 유권자가 더 참담해 질 수밖에 없다.
우리 손으로 국회의원을 뽑은 것이 벌써 열여덟 번이나 된다. 예전에는 고무신짝이 돌아가고, 대포사발이 돌면서 돈 봉투가 난무하는 선거를 치렀고, 또 어느 때는 투표함이 통째로 바뀌는가 하면, 개표하는 곳이 정전으로 아수라장이 된 때도 있었던 탓에 생각지도 않았던 얼간이들이 뽑히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당당한 OECD국가의 일원이요, 고학력의 유권자들이 그야말로 주권을 행사하는 선거를 치루고 있다면 옥석을 가려내는 책임도 당연히 유권자의 몫이어야 옳다.
4.11총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만은 지금까지 우리가 겪었던 실망이 깨끗이 청산되는 선거가 되게 하여야 한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사람, 나라보다 정당의 이익에 몰두할 사람들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앞으로 또 그들에게 실망하고 농락을 당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건 우리 책임이지 그들의 책임이 아님도 명심해야 할 일이다.
이젠 선거가 문화의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야바위판과도 같은 지금까지의 정치개념이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우리 유권자에게 충분이 있다는 점을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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