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김재철 인적 청산의 해법

    칼럼 / 유영주 / 2012-04-11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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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주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유영주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사찰 자료가 공개된 직후 야당의 한 의원은 범국민적으로 대통령 하야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목표로 제기한 것인지 정치공세로서의 레토릭 차원이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전자를 고려한 거였다면 부적절하다.

    대통령이 자진해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는 상황, 투표를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 의회에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수준의 정치적 행위, 즉 탄핵과 같은 행동에 돌입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다. 야당은 숫적으로도 열세다.

    정권 심판의 날짜만 꼽고 있는 시민들이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집단적인 행동에 나설 이유도 없다. 사찰보다 더 험한 일도 안 해본 게 없는 이명박 대통령이고,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고 내려올 것이다.

    말하자면 언론노동자들이 치열하고도 지리하게 교전중인 상대인 김인규 KBS 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도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임기를 채울 것이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과두체제의 안정적인 재생산을 보장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헌정에 의거한 통치와 과두적 정부의 통치 행위는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대의제는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정당한 기준으로 이해된다. 국가와 정부의 통치 방식과 작동 과정을 민주주의로 호명하는 한 이 민주주의는 과두적 정치권력을 재생산하고 그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봉사한다.

    민주주의가 작동되는 과정에서 크고작은 위기의 발생과 해결이 반복되고 이 위기 해결 방식에 대한 동의가 구축되면서 과두적 정부의 통치 행위는 거듭 정당성을 획득하게 된다.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는 쇠고기 협상, 언론악법 날치기 같은 절차의 위배, 민간인 사찰과 같은 권력의 정당성의 훼손, 4대강 사업이나 민영화 추진 같은 국민국가적 가치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합리성으로의 대체, 대의제미디어로서의 공영방송 체제의 붕괴 등 위기는 끊임없이 발발해왔다.

    그러나 체제 내적인 통치 행위에 의해 관리.수렴되어온 것이 현실이다.

    랑시에르는 과두제적 법치국가가 작동되는 현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우리는 과두제적 법치국가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국가에서 과두적 권력은 시민 주권과 개인의 자유의 인정을 통하여 제한받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형태의 국가의 한계만큼이나 그 장점도 잘 알고 있다.

    이 국가 체제에서 선거는 자유롭다. 그렇지만 선거는 정권교체라고 하는 형태하에서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지배층의 재생산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투표함은 가득 채워지지는 않지만, 지배층은 생명의 위협 없이 선거를 통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행정은 지배정당의 이익과 연결되어 있는 공공영역의 시장을 제외하고는 부패하지 않는다.

    국경의 수비나 영토 보전, 즉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를 제외하는 모근 영역에서 개인의 자유는 보장된다. 언론의 자유도 존재한다.

    재력가의 도움 없이 사회 전체를 자신의 영향력 하에 둘 수 있는 신문사나 TV 방송국을 설립하고자 하는 자는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 사람은 감옥에 보내지지는 않는다. 집회.시위.결사의 권리는 민주적 삶, 다시 말해 국가 영역으로부터 독립된 정치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자유들은 과두적 통치자들에 의해 부여된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취해진 행동들에 의해서 쟁취되었던 것이다.

    김인규 KBS 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은 방송 부문에 있어 정부의 통치체제를 유지하는 중요한 지위에 있다. 방송 장악, 저널리즘 파괴, 구성원 탄압이 전례없다는 점에서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언론노동자들이 장기간 총파업 투쟁을 벌이고, 시민사회가 공분을 표출하고 있지만 사태는 진정될 기미가 없다. 이 통치 행위의 단절과 해체를 위한 민주화 기획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다.

    구성원의 단결을 위한 총파업투쟁, <뉴스타파>, <제대로뉴스> <리셋뉴스9> 같은 저널리즘 실천, 선거에서의 심판 등 이미 현실에서 전개되고 있다.

    사태의 본질은 역시 손병두-김인규, 김우룡-김재우-김재철의 통치 행위가 현행 법체제 위에서 어떤 민주주의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는가를 밝히는데 있다.

    의심할 나위 없이 방송법과 방통위설치법은 미디어 과두체제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핵심 법안이다. 현행 법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이사회-사장 선임과 임기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과정은 크고작은 하자의 발생에도 불구하고 안정되게 전개될 공산이 크다.

    법제도의 개선을 고려하지 않으면서 인적 청산에 몰두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물론 신태섭 전 이사와 정연주 전 사장 퇴출의 부당성과 낙하산 투입의 정당성 결여라는 약한고리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한 치의 너그러움도 없이 다투어야 한다. 그러나 시민(데모스)의 자기입법을 위한 실천과 유리된, 즉 방송 당사자와 시민의 행동과 참여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인적 청산은 본질적으로 청산의 의미도 없을뿐더러 방송의 독립성 실현이라는 목표에도 도달하기 어렵다.

    20년간 쌓아올린 방송민주화의 유산이 게걸스러운 권력자 1명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는 평가는 일면적이다.

    왜냐하면 지난 민주화 투쟁의 성과의 시효는 대부분 완료되었고, 이명박 정권 5년의 기간동안 확인했듯이 정치권력은 지난 민주화 투쟁의 성과 위에서 통치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적 청산은 우리 사회 새로운 민주화의 지향과 방송민주화 전략 구상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현재의 과두체제를 재생산하는데 기여하고 말았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않게 될 것이다.

    논리적으로 볼 때 가장 좋은 방법은 19대 국회가 서둘러 권력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사회적 컨센서스에 도달하는 것이다. 만만한 일이 아니다.

    대의제에 관한 한 퇴보한 민주주의에 머무르지 않고 민주화 지향을 구상한다는 것은, 누구나 권력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그 계기를 확대하는 실천을 수행함을 의미한다.

    오직 데모스의 자기입법의 노력의 결과로서만이 대의제에 관한 민주화의 진전과 대의제미디어로서의 지상파방송의 지배구조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전자로는 선출된 의원의 임기의 최소화, 겸직 금지 및 재선 금지, 시민의 대표들만에 의한 법의 제정, 국가 공무원에게 시민의 대표를 위한 피선거권 금지, 선거운동과 선거비용의 최소화 및 선거 과정에서 정치세력들에 대한 개입 통제 등을 검토할 수 있다.(랑시에르)

    덧붙여 후자로는 독립성과 지역성, 시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등을 구성 및 운영원리로 한 이사회-사장 선임 방식의 개선, 그리고 발의제, 소환제와 같은 민주적 참여와 통제 방안도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다.

    출처 :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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