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디바' 패티김, 54년 음악인생 '유종의 미'

    음악 / 온라인팀 / 2012-06-03 1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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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별 콘서트 '이별' 서울공연에 1만여명 몰려

    아이돌 그룹과 팝스타 등이 공연하는 체조경기장과 올림픽홀이 위치한 올림픽공원의 주말 오후는 이들의 콘서트를 보기 위한 젊은이들로 북적거린다.

    2일 오후 지하철 5호선 올림픽공원역에서 멈춘 지하철에서 대거 쏟아져 나온 이들은 그러나 중년층이 대부분이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지팡이를 짚은 노인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설렘과 기대가 그득한 이들의 얼굴은 청년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체조경기장에서 '패티김 라스트 글로벌 투어-이별'을 펼치는 디바 패티 김(74·김혜자)을 만나기 때문이다.

    패티김이 무대를 떠나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무려 1만명이 몰려들었다. 올림픽공원 관계자는 "아이돌 공연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청중 수"라며 "청중의 평균 나이대가 가장 높은 공연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연령대에도 하지만 어느 아이돌 가수의 공연장보다 뜨거움을 자랑했다.

    대(大)북 3개와 밴드를 포함한 20여명의 오케스트라, 15여명의 코러스의 협연으로 출발한 서막부터 웅장했다. 거대한 LED 스크린이 열리고 패티김이 '서울의 모정'을 부르면서 등장하자 콘서트는 처음부터 달아올랐다.

    '람디담디담'을 연이어 부른 패티김은 "2월15일 용감하게 은퇴 발표를 했다"고 운을 뗐다. "만 3개월 반이 지났는데 그간 너무 초조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날을 기다렸다"면서도 "한편으로 영원히 오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다"고 밝혔다.

    "오늘은 제가 말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해요. 혹시나 해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울컥하기라도 할까 봐요. 이날 공연은 어느 때보다도 여러분의 박수와 환호 응원으로 힘을 주십쇼!"

    자신의 1959년 데뷔곡 '틸(Till)'로 추억에 젖게 만든 패티김은 자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작곡가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박춘석(1930~2010)이 작곡한 자신의 첫 가요곡 '초우'로 감흥을 선사했다.

    빠른 속도의 '태양이 뜨거울 때'를 부를 때는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를 좌우로 누비며 정

    열을 내뿜었다. 맘보풍으로 편곡한 '사랑하는 당신이'와 '별들에게 물어봐'를 들려줄 때는 앞뒤 좌우로 스텝을 밟으며 댄스 실력을 과시,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탈리아 팝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54)와 영국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42)의 듀엣곡인 '타임 투 세이 굿바이'의 전주가 흘러나온 뒤 이번 투어의 타이틀과 동명인 '이별'을 부르기 시작하자 팬들이 다 함께 따라 불렀다.

    그러자 패티김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결국, 감정이 북받치는지 노래의 끝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또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눈시울이 더 붉어졌다. 그는 캐럴인 '울면 안 돼'를 스스로 앞장서 부르는 등 특유의 쾌활함은 잃지 않았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이혼한 작곡가 길옥윤(1927~1995)의 '사랑은 영원히'를 부르면서 눈물을 흘렸다. 솟아올라 가는 무대 위에서 부른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들려준 뒤에는 눈물을 제어하지 못해 주저않고 말았다. 이후 앙코르 '마이 웨이'와 '서울의 찬가'를 부르며 팬들과 이별했다.

    패티김은 "54년간 많은 사랑을 받아서 한없이 행복하다"며 "진정 축복이라고 믿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공연을 보러 오면 팬들이 TV에서 더 예쁘다, 노래 잘한다, 젊다 등의 이야기를 해주신다"며 "예쁘다, 노래 잘한다는 그러려니 하는데 젊은 이유는 노래를 불러서다. 여러분도 짜증 날 때 신경질 날 때 슬플 때 노래를 마음껏 불러라. 이왕이면 내 노래를 불러달라"고 웃었다.

    은퇴 뒤 계획도 알렸다. "여러 계획 중 꼭 하고 싶은 일은 서울의 잿빛 하늘을 푸른 하늘로 바꾸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라고 공개했다.

    이날 약 3시간 동안 약 20여곡을 들려준 패티김은 넘치는 노익장과 아우라를 과시했다. 몇 년은 더 노래할 수 있다는 자신의 말마따나 전성기에 못지않은 가창력도 일품이었다.

    '4월이 가면'을 부를 때 무대를 종횡무진, 드레스가 조금 내려가자 "가슴 좀 보이면 어떻습니까"라고 특유의 시원시원함을 뽐내는 등 재치 있는 언변과 화려한 무대 매너는 그녀가 왜 톱스타인지를 증명했다.

    이날 콘서트는 유력한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박근혜 의원(60·한나라당), 영화배우 엄앵란(76)등이 봤다. KBS 2TV '불후의 명곡2 : 전설을 노래하다'에서 패티김과 인연을 맺은 그룹 'god' 출신 김태우(31)가 게스트로 나섰다. 환경미화원 부부 2500여명이 초대받기도 했다.

    '이별'은 서울을 출발로 6월 9~10일 부산, 6월30일~7월1일 창원, 7월 7~8일 대전으로 이어진다.

    한편, 1958년 8월 미8군 무대에서 노래를 시작한 패티김은 54년간 늘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다. 광복 이후 일본 정부가 처음 초청한 가수다. 한국 가수 중 처음으로 미국에 진출했으며 한국 첫 창작 뮤지컬로 통하는 '살짜기 옵서예' 주연도 맡았다.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고 미국 뉴욕 카네기홀과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도 공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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