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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문 변호사)
때 아닌 빨갱이 타령이 천지에 울려 퍼지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께서 조갑제가 저술했다는 종북 백과사전을 들고 나와 발언하면서 부채질했다. 이한구 대표가 인용한 종북 백과사전에는 민통당의 유력한 인사는 모두 빨갱이로 규정되어 있다. 6선 국회의원이며 현대 야당의 대표인 이해찬, 직전대표인 한명숙, 특전사 출신의 문재인, 전 대표인 손학규, 전 대통령후보 정동영 등 모두 빨갱이로 규정되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어느 칼럼니스트는 ‘도둑놈’을 찍을까요? ‘빨갱이’를 찍을까요? 라는 이분법적인 칼럼을 써서 빨갱이보다는 도둑놈이 그래도 낫다는 식의 칼럼을 쓴 적도 있다.
정치권 전체가 도둑놈이거나 아니면 빨갱이 이니 어디에 표를 찍어야 하느냐고 하소연하는 방식이다. 이 칼럼의 목표는 결국 선량한 국민들이 투표장에 나아가는 것을 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를 눈치 챈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OECD국가 중 우리나라의 청렴지수가 34개국 중 27위이다. 실제로 한국은 부패공화국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여당의 이한구 대표에 의하면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나라는 부패공화국일 뿐만 아니라 빨갱이 공화국이 되어지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가 인용한 종북 백과사전에 의하면 야권의 유력한 대권후보들도 모두 종북 빨갱이들이다. 우리나라의 유력한 대권후보들이 모두 빨갱이들이니, 결국 빨갱이 공화국이 되는 셈이 아닌가?
지금 자칭 보수(保守)세력들은 부패공화국보다는 빨갱이 공화국이 되는 것을 더 혐오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빨갱이 공화국으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한다. 부패한 여당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빨갱이 공화국보다는 낫다는 논리다. 그들은 이분법적으로 강요한다. '부패'를 선택해야 하는가? 아니면 '친북(親北)'빨갱이를 선택해야 하는가?
민노당의 지지율을 친북 빨갱이의 숫자로 몰아대는 광기도 서슴지 않는다. 2002년 대선 때 민노당이 얻은 표는 3.9%였다. 2007년 대선 때는 3.0% 였다. 2008년 총선에서는 5.7%로 늘어났고 2012년 총선에서는 통합진보당이 10.3%를 얻었다. 그러므로 10년 사이에 친북 빨갱이가 3배로 늘었다고 주장한다. 2012년 4월 통진당 지지율이 7.1%였으므로, 결국 우리 사회의 친북 빨갱이 세력이 국민의 10%라는 주장이다.
지금은 진보세력과 온건 합리 보수세력인 민통당까지 모두 빨갱이로 몰아대고 있다. 그들은 친북 또는 종북(從北) 세력에 대한 지지율 상승이 종북 성향에 대한 국민의 경계심 희석, 청년 실업 문제와 기득권 세력 및 일부 부유층에 대한 젊은 유권자들의 실망과 분노, 전교조 세력의 지속적인 편향 교육, 북한 위협에 대한 과소평가, 조기 통일 반대 및 평화 공존 선호 등에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찬탁과 반탁을 사이에 두고 이념투쟁을 시작한 이래로 찬탁세력을 빨갱이로 몰아 버렸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찬탁세력이 승리하였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진전되었을지 모르지만, 남북의 통일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고 보인다. 하지만 그 투쟁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이 이념논쟁으로 인하여 무수히 많은 억울한 국민들이 생명을 잃었다. 국군과 미군에 의하여 저질러졌던 양민학살 사건들을 기억해보자, 국민보도연맹사건, 거창양민학살사건, 노근리 사건 등등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빨갱이들도 무고한 시민들을 무참히 죽였지만, 국군들도 무참히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헌법체제 아래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이 체제를 유지 수호해야할 책임이 있다. 내 쪽이 아니면 모두 빨갱이라고 몰아대는 일들을 이제 중단해야한다. 빨갱이 타령을 해대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권고한다. 나라를 살리고, 경제를 살리고, 백성들을 살리는 일들에 매진하라고 말이다. 빨갱이타령 그만하고, 진정한 나라 살림 걱정하며 정치를 하라고 말이다. 제발 자신의 것을 양보하고 대화하고 타협하며 멋진 정치를 보여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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