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은 EU 정상회의 패배자

    국제 / 뉴시스 / 2012-07-01 14: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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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스페인 은행 구제금융 직접 지원제 수용
    유럽 주요 언론들 보도
    【베를린·파리=로이터/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에게 양보해 정치적인 패배자로 기록됐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유럽의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날 스페인과 이탈리아, 프랑스의 신문들은 그들의 지도자인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마리오 몬티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긴축정책 없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를 낮추기 위한 유럽의 구제기금을 직접 투입하는 방안은 용인할 수 없다던 메르켈 총리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독일의 매채들도 메르켈이 위기에 처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가 재자본화에 나선 이탈리아와 스페인 은행에 구제금융을 직접 지원하는 제도를 결국 수용했다고 전했다. 메르켈은 정부의 긴축조치 없이 유럽 구제기금을 직접 은행들에 지원하는 것을 반대해왔다.

    유로존 국가들은 또 연말까지 유로존 국가들의 은행을 관리하는 단일 감독기구를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1200명의 독자를 보유한 독일 일간지 빌트의 칼럼니스트인 니콜로스 블로미는 "메르겔 총리는 유럽 정상회의에서 외눈박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29일 막을 내린 EU 정상회의에서는 유로존 붕괴를 막기 위해 금융 부문에 추가로 지원하기로 합의를 도출했다. 빌트는 또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목표를 달성했다"며 "앞으로는 구제금융을 받기가 더 쉬워질 것"이라며 메르켈의 결정을 비판했다.

    빌트는 "2년을 넘긴 유로존 재정위기에서 다른 유럽 국가들이 독일의 결정을 따르지 않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전했다.

    메르켈은 그동안 위기에 처한 국가들에게 구제금융을 조건으로 긴축재정을 비롯해 강력한 요구조건을 내걸어 국내에서 인기를 얻었지만 이번 EU 정상회의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에게 결국 양보했다.

    메르켈은 정상회의가 끝난 후 "우리는 해결책은 마련하기 위해 주력했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가 EU 정상회의에서 도출된 합의안을 놓고 표결 절차에 들어가는 가운데 정상회의 결과가 그녀의 명성을 손상시켰다는 신호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메르켈은 또 현재까지 정치적인 도전에 직면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프라우 나인(Frau Nein·미스 노)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메르켈이 자신의 기존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린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독일 유력 일간지인 쥐트 도이체 차이퉁은 "메르켈이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굴복했다"는 제목의 논평을 실었다.

    반면 프랑스의 좌파 성향의 일간지인 리베라시옹은 올랑드가 메르켈에 1-0 승리를 거뒀다며 이번 EU 정상회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리베라시옹은 올랑드, 몬티, 라호이의 압력에 메르켈이 EFSF과 ESM의 구제기금이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로존 은행들을 직접 지원하는 합의안에 따르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유럽 국가들이 위기 국가의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것을 허용했으며 스페인을 지원하는 구제자금의 변제 선순위권을 폐지해 이들 국가 채권에 투자가 이뤄지도록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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