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주식시장 진입이 주춤하다.
경기 불안정으로 안정적인 자금조달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지만 기업공개(IPO)에 따른 기대 효과가 크지 않은데다 공개에 따른 공시의무 등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당분간 주식시장 진입을 꺼리기 시작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최근 거래소의 실질심사 강화로 퇴출되거나 자진 상장폐지하는 기업마저 늘어나 주식시장을 통한 직접금융시장이 침잠하는 분위기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증시에 상장된 회사(외국주권·기업인수목적회사·각종 투자회사 제외)는 1718개사다.
2008년 1723개사였던 상장사 수는 2009년 1718개사에서 2010년 1699개사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1718개사로 19개 늘어난 이후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4년간 감소 폭이 1%(5개사) 미만이긴 하나, 전체 시가총액 규모가 849조1040억원에서 1167조9367억원으로 커진 점을 감안하면 자유시장 경제 질서와 기업의 역동성이 역행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제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상장사가 늘어나게 마련인데 작금의 현실은 새 기업의 수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기존의 주력 업종과 주도 회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나 신규 종목 수가 늘지 않아 증시의 역동성을 잃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상장사가 급감한 것은 IPO에 나서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 1년간(2011년7월6일~2012년 7월5일) 신규 상장한 기업은 58개사(유가증권 18개사, 코스닥 40개사)다. 이는 예년의 94개사(유가증권 27개사, 코스닥 67개사)보다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1년간 재상장한 기업도 제룡산업·삼양사·아이디스 등 3개사에 그쳤다. 전년동기에는 13개사였다.
반면 주식시장에서 퇴출당하거나 제 발로 나가는 기업은 늘고 있다.
2010년 7월6일~2011년 7월5일 1년간 상장 폐지된 기업은 총 76개사(유가증권 25개사, 코스닥 51개사)다. 그 이후로 지난 5일까지 67개사(유가증권 16개사, 코스닥 51개사)가 추가로 퇴출 당했다.
올해 들어서만 자진 상장폐지에 나서는 기업도 한국개발금융·넥스콘테크놀로지·한라공조·웨스테이트 디벨롭먼트·티브로드한빛방송·티브로드도봉강북방송 등 6개사나 된다.
2010년 7월6일부터 2011년 7월5일까지 1년간 자진 상장폐지에 나선 기업과 동일한 숫자다. 이 기간에 제 발로 증시를 떠난 종목은 △한국전기초자 △거북선 2호 △거북선 3호 △동북아 1호 △동북아 6호 △동북아 15호 등이다.
자금 조달에 애로가 없는데 공시의무·소액주주 배려 등 코스트(cost, 비용)를 감내하면서까지 굳이 상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IPO 하거나 상장을 유지·폐지하는 것은 기업의 선택에 달렸다”며 “시황이 좋지않은 때 일수록 투자자는 물론 기업 역시 시장을 멀리하려는 경향이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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