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능력도 의지도 없는가. 그럼 국민이 한다

    칼럼 / 이기명 / 2012-07-19 16: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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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명 시사평론가

    (이기명 시사평론가) 재판정에 총성이 울린다. 재판장석 뒤 ‘법원’ 마크에 총탄이 박힌다. 드라마 ‘추적자’의 처음 장면이자 드라마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시로 나오는 장면이다.

    범인은 억울하게 딸과 아내를 잃은 현직 경찰관 백홍석, 백홍석이 쏜 총탄은 국민 모두가 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장면을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 뒤에 국회를 상징하는 표시가 있다.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서 저 표시에 총탄이 박히지는 않을까.

    왜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 백홍석이 법집행의 최종 판정 장소인 법의 면상에다 총알을 박았을까. 법을 심판한 것이다. 그렇게 밖에 할 수가 없었다.

    법에 대한 불신, 정권에 대한 불신, 공권력에 대한 불신, 대통령에 대한 불신, 판사에 대한 불신, 검찰에 대한 불신, 오늘의 대한민국은 불신공화국이 되었다. 드라마 ‘추적자’가 국민의 뜨거운 호응과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바로 국민을 지켜줄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는 법이 국민을 버렸기 때문이다. 법의 직무유기다.

    영국의 의회는 여자를 남자로 바꾸는 것을 빼고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고 한다. 대단한 재주다. 아니 엄청난 권한이다. 그럼 대한민국 국회는 어떤가. 나무랄 데 없는 헌법이고 국회법이란다. 막강한 그 권한을 어느 누가 제한할 수 있는가. 그런데 왜 국민은 국회 의장석 뒤 국회 마크에 총탄이 박히는 상상을 한단 말인가.

    오늘의 정권은 대한민국 수립 이후 최악의 비리 부정 정권이라고 한다. 먹고 살수가 없어서 그런가. 부산 피난시절 국무총리가 한 말이 있다. 공무원도 먹고 살아야 하는 인간이다.

    가족들에게 손가락 빨고 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적당히 해 먹으라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 당시 공무원 월급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쌀 한가마 값도 안 됐다.

    불법과 비리를 외면하고는 살수가 없었다. 처자식 굶겨 죽이게 됐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비리가 터졌다 하면 몇백 억이다. 뇌물을 먹었다 하면 몇 억 몇 십 억이다. 권력이 개입한 이권은 수 백억, 수 천억이다. 이걸 국민은 두 눈멀 거니 뜨고 보고 있다.

    대통령의 형님을 비롯해서 최측근이 모두 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가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권력 실세들이 법의 심판을 받을지 모른다. 과연 공정한 심판을 받을 것인가. 국민은 법을 믿지 못한다. 언제 총을 든 제2 제3의 백홍석이 국회에 뛰어들지 모른다.

    국회는 할 수 없는가. 권한이 없어서 못하는가. 무엇이 잘못된 제도며 정치며 관행이며 국민의 원성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못하는가. 아니다.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럼 왜 안하는가.

    거미줄처럼 서로 얽혀있는 더러운 관계, 그걸 끊어버리면 버림 받는다는 위기의식, 국민은 선거 때만 필요하고 필요할 땐 언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오만, 이런 것들이 스스로를 못된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한다.

    다시 추적자 얘길 하자. 대통령을 평생의 야망으로 삼고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던 서슴없이 자행하던 인물이 지지율 최정상으로 대통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의 앞에서 대법관도 검찰도 언론도 로봇이었다. 그러나 진실을 속일 수는 없다. 투표일, 그의 비리가 동영상으로 폭로되고 투표를 포기했던 국민들은 너도나도 투표장으로 몰려간다.

    투표율 91.4%. 역전패다. 국민의 승리다. 91.4%가 상징적이다. 반대로 적으면 4.19다. 불법과 비리와 부정한 정치권력과 결탁한 정치의 종말은 부패한 정치인에게는 비극이지만 국민에게는 희망이다.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검사는 이렇게 절규한다.

    “같은 죄를 지었으면 같은 벌을 받는 나라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

    하나의 대한민국 안에서 국민 모두가 '평등'한 대접을 받고 사는 것, 대한민국의 모습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은 국민의 염원이다.

    국회는 세상을 바꿀 수 없는가. 개혁 능력이 없는가. 의지가 없는가. 능력이 없으면 무능이고 의지가 없으면 직무유기다. 그때는 국민이 개혁의 주체가 된다. 12월 19일. 투표는 총칼로도 어쩌지 못하는 권력이다. 제대로 행사될 경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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