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칼럼니스트)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는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가 있는가? 솔직히 찾아보기 힘들다고 본다. 지금 우리사회는 보수와 진보의 논쟁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로 아니다. 보수주의자는 수구의 탈을 쓰고 있으면서 수구를 감추려고 하고 진보주의자도 수구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면서 종북을 감추려고 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보수주의자는 이승만의 독재를 옹호하고 박정희의 독재를 비호할 수가 없다. 진보주의자가 북한의 김일성 일족의 3대 세습에 대해서 이해를 한다고 믿기 어렵다. 대한민국의 장기독재든 북한의 세습독재든 독재를 옹호하는 사람은 보수나 진보가 아닌 수구주의자라고 단정한다.
보수주의자라면 대한민국의 건국을 인정하고 이승만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비판하는 것이 옳다. 또한 5.16 을 인정하고 근대화의 과정을 이해하고 박정희의 유신독재를 비판하는 것이 바른 자세다. 더 나아가 민주화 시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보수주의의 기본 인식이다. 진보주의자 역시 같은 입장이어야 진보적 가치에 충실한 것으로 본다.
소련의 3.8이북의 분할신탁통치를 지지하는 것과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갈라지는데 찬성하는 세력이 진보주의자가 아닐 것이고 북한이 적화통일을 기도하고 소련을 등에업고 적화통일을 기도하는데 동조를 하는 세력도 진보주의자가 아닐 것이다. 그들은 공산주의자였거나 친북주의자이고 종북주의자일 뿐이다.
북한이 남침하여 밀고 내려올 때 인공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고 국군이 북진할 때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불렀던 사람들, 또 박정희의 5.16을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가 지금은 쿠테타라고 박정희를 부관참시하려는 사람들, 5.18 광주 항쟁을 시민 폭동이라고 규정했다가 지금은 고귀한 민주화운동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전두환 장군의 12.12 사태를 구국의 결단이라고 말하다가 지금은 내란죄로 규정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기회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김일성을 흠모하고 김정일을 숭상하고 김정은을 존경하는 사람들을 종북주의자로 규정한다. 이들은 북한의 남침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하고 KAL기 폭파사건은 대한민국이 조작했고 천안함 폭침은 북한이 한 일이 아니라고 하고 주한미군은 이 땅에서 물러나야한다고 주장한다. 탈북자는 조국을 배신한 사람들이고 탈북자가 북한정권에서 경험한 비참한 일은 일부의 과장된 주장이라고 말한다.
수구주의자들의 행태는 좌파든 우파는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 극단적 이기주의의 논리를 갖고 있다. 그들의 가치는 절대적이고 그들이 주장하는 것이 선이라고 착각을 한다.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도 교묘하게 방어하고 논리를 조작한다. 우리사회의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수구와 종북과 기회주의의 3색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수구든 종북이든 기회주의자든 역사발전에 도움이 전혀 되지 못하는 부류들이 설치고 있는 꼴이 비통하게 만든다. 지금은 기회주의자들의 전성시대인 것 같다. 자신들이 살아왔던 과거의 시대를 몽땅 부정해야만 인정받는 세태가 되어 버린 것 같다. 그것이 정략적이고 임시변통적인 전략일 지라도 이런 식으로 국민들을 오도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건국당시의 최빈국에서 세계역사상 전무후무한 경제대국이 된 지금에 와서 과거의 대한민국을 현재의 기준으로 재단하려고 하는 것은 몰상식한 일이다. 대한민국은 근대화사업을 통하여 경제의 기반을 닦은 나라이다. 민주화시대의 주역들과 근대화시대의 주역들이 이심전심으로 손잡고 이룩해 놓은 나라다. 그런데 민주화시대의 주역들이 근대화시대의 주역들을 밀쳐내고 무릎을 꿇기를 바라는 것은 배신이다.
30년쯤 시간이 흘러서 자유분방한 제 3의 세력들이 민주화시대를 이끈 주역들에게 종북의 책임을 묻는다든가 대한민국의 경제의 후퇴를 가져왔다는 죄목으로 단죄하려고 든다면 뭐라고 말할 것인가? 민주화시대를 이끈 공을 인정해달라고 애원해도 인정하지 않겠다면 뭐라고 항변할 것인가? 그런 세월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수구도 싫고 종북도 싫다. 그러나 기회주의자들은 더 싫다. 변화를 거부하는 것도 죄고 지상 최악의 정권을 역성드는 것도 죄를 짓는 일이다. 그보다 더한 죄는 국민을 선동하여 역사의 물줄기를 제 맘대로 돌려놓으려는 교활한 기회주의자들이라고 본다. 앞으로의 역사의 평가가 지금과 같다고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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