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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문 변호사) 여러 가지 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세상이다. 세상일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탓일까? 예상했던 판결이 예상외로 선고되어진다. 의뢰인들의 심정은 어떨까?
대리인으로서 느끼는 느낌이 이렇게 고약하니 말이다. 분명하게 무죄판결을 받아야 할 피고인들이 유죄로 선고되어지고, 패소할 것을 예상한 사건이 의외로 승소가 되어진다.
최근 정치인들에 대한 단상도 그렇다. 도덕군자로서 자처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의혹의 대상이 되어 회자되기도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곧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남의 탓을 하곤 한다. 일이 잘되면 내 탓이고, 안 되면 남의 탓을 하기 십상이다. 그동안 억울한 일을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니다.
그때마다 세상을 원망하고 불평한 적도 참 많다. 그리고 그때마다, 누구 때문에 일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속이 상하고, 끓어오르는 분노감을 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참으로 많았다.
최근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사례 중 하나이다. 원심이 법리오해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는 파기환송을 하지 않고 피고인의 상소를 기각했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사후매수죄 때문이다.
선거 이전이나 선거 당시 상호간 후보 사퇴에 대한 금전이 오고 가지 않은 것은 명백한 객관적 사실이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 공소시효가 지난 시점에서 <금품>이 오고갔다.
<선의>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부조적 금품>이었느냐 아니었느냐가 중요한 것도 아니다. 목적범으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단순한 고의범으로 판단한 원심이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원심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목적범인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강경선 교수에게는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 파기환송을 했다.
그리고 곽노현 교육감에 대하여 후보자 사후 매수죄가 목적범이라고 판단하였으면 곽노현 교육감이 후보사퇴의 대가지급이라는 목적의 인식이 있었는지를 추가로 심리하도록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입증기회를 주지 않고, <2억>은 후보사퇴의 대가라면서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대법관이 <목적>에 대한 인식여부를 추정하여 판결을 한 것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다. 별난 세상이다. 그런데 세상사는 곧잘 스포츠 세계에서 쓰는 용어로 비유되곤 한다. 골프가 잘 맞으면 내 탓이고, 잘 안 맞으면 남의 탓이다.
그런데 공이 잘 맞지 않을 때 남의 탓만 할 것이 아니다. 그것을 내 탓으로 생각해야 한다. 세상일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내 탓이다.
곽노현 교육감이 <선의>라는 인정을 베풀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결국 곽노현 교육감 탓이다. 그가 인정을 베푼 탓이다.
브리티시 오픈을 4회나 우승한 바비 로크는 단 호두나무 퍼터를 사용하여 골프를 한 골퍼로서 유명하다. 그런 그도 이렇게 고백했다. “나는 호두나무 퍼터 하나이면 족하다.
이 퍼터는 나에게 지극히 충실하다. 나도 물론 중요한 경기에서 퍼팅을 많이 실수하지만, 그것은 퍼터가 나빠서가 아니라 내 퍼트 솜씨가 서투르기 때문이다.” 모든 실수를 자신의 실수로 돌렸다.
그렇다. 곽노현이 서툴렀다. 그의 인정이 문제가 아니라, 그가 인정을 베푼 시점이 문제였다. 그가 서투르게 인정을 베푼 탓이다.
공자도 중용에서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유사함이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子曰 射有似乎君子 失諸正鵠 反求諸其身)고 했다. 과녁에 화살을 맞히지 못한 것은 자신의 실수 때문이지, 다른 사람의 탓이 아니다. 그래 곽노현이 서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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