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의 회초리. 사랑인가. 미움인가.

    칼럼 / 이기명 / 2012-11-07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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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명 시사평론가

    (이기명 시사평론가) 매를 맞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맞고 난 다음에 느낌은 다 다르다. 맞고 나서 반성을 하게 되는 매가 있고 오히려 화가 나는 매가 있다. 여기서 사랑의 매와 증오의 매에 차이가 난다.

    안경환 교수가 회초리를 들었다. 왜 회초리를 들었고 누구의 종아리를 때렸는가. 안경환은 세상이 다 아는 서울법대 교수다. 인권위원장을 역임한 존경받는 법학자다.

    안경환 교수가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새로운정치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취임 후 첫 번 째 일로 민주당과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회초리를 들었다.

    “민주당의 127명 의원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는지 국민들은 잘 모른다. 수수방관하며 당 후보의 승리보단 자신의 입지를 생각하며 정치적 계산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 된다" "왜 많은 국민들이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환호 하는가”

    “민주당의 승리 방법은 하나다. 안으로는 당의 결속된 힘을 극대화하고 바깥으로는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젊은 국민은 민주당에 대해 분노한다. 그들이 왜 우리나라 정당정치에 냉소하게 됐는지 성의 있는 성찰과 반성이 아쉽다”

    안경환 교수는 정치인이 아니고 학자다. 권력을 쫄쫄 따라 다니는 정치교수가 아니다. 박정희 전두환 만세를 부르던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 아니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기본 권리인 인권위원장을 지냈다. 국민 대다수가 존경하는 법학자다. 이런 분이 작심을 하고 말하는 것은 그만큼 정치현실 절실하고 민주당의 현실이 한심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안경환 교수의 질책을 듣는 민주당 의원들도 스스로가 한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입은 있되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안경환 교수를 모셔 온 문재인은 어땠을까.

    “민주당의 쇄신 방안을 마련하고 결정하는 일에 대해서 ‘새로운정치위원회’에 전권을 맡기고, 결정을 최대한 존중토록 하겠다.” 문재인의 말이다.

    누구나 좋은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누가 말을 하느냐에 따라 신뢰의 농도가 달라진다. 도둑이 경찰 같은 말을 하면 누가 믿겠는가.

    민주당의 계파 분파 갈등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지역 이기주의에 안주해서 안일하게 정치를 해 왔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세상이 어떻게 되도 자신은 이곳 자신의 아성에서 천년만년 국회의원 해 먹을 수 있다는 편안한 생각은 정치발전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해로운 인식이다.

    안경환 교수는 자신은 ‘단일화를 위해서 왔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혁신 방안에 대한 공유가 가장 중요하다’며 “정치혁신 방안이 단일화의 접점이 되고 새 정부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이 정치개혁이고 그중에서 민주당의 내부개혁”이라며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것을 바탕으로 안 후보와 정책연대를 해야 하며 이것만이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첩경”이라고 밝혔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의와 명분’이다. 그러나 대의와 명분대로 정치를 하기는 참으로 힘들다. 반듯하다고 평가받으며 정치를 잘 시작하던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이 망가졌는가. 일일이 거명하기도 어려울 만큼 아까운 정치인들이 많다.

    이들이 왜 대의명분을 버렸겠는가. 고통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교훈이 있다. 정치도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에게 보여 준 교훈, 참으로 귀한 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안경환 교수를 모셔 온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안경환 교수의 말을 들어서 손해 날 것이 없다. 요즘 말로 ‘뼈와 살이 되는 교훈’을 들을 수 있다.

    민주당은 안경환 교수의 채찍을 기쁘게 받아 드려야 할 것이다. 조그만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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