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와 장관님들

    칼럼 / 신봉승 / 2013-03-24 15: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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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봉승 극작가

    정말 보지 않아야 할 흉한 꼴을 보면서 사는 요즘이다.



    5·16도 어언 반세기(50년) 전의 일이 되었지만, 그 때의 일을 목격하면서 살았던 사람들이 아직은 부지기수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살아있는 증인들이 눈알이 시퍼런 판국인 데 그게 <쿠데타>인지 <혁명>인지가 논란되고, 그 주역인 박정희 대통령의 따님이 대통령이 되었다하여 그녀가 임명한 장관들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확실하게 입에 담질 못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는데, 그 대답이라는 것이 또한 해괴망측하다.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교과서에 기술된 내용을 존중한다고 답변 드렸습니다. 가능한 제가 답변하지 않을 수 있도록 양해해 주시면 지난 몇 년 동안 교육분야에서 정치적 견해에 따라 굉장히 많은 갈등이 있었고요. 제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물론 저도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하든 원하지 않든 편을 가르는 문제가 돼서 답변을 못 드리겠다고 한 게 아니라 양해를 구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제가 교과서 집필 기준 이런 것은 존중합니다" (5.16이나 자유민주주의 논란 등에 관한 교과서 기술에 관해 장관 직권으로 개입하겠느냐?) “좀 더 공부하겠습니다.”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이런 사람이 교육을 관장하는 수장이라면 장차의 일이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또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의 발언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역사적 사건 부분에 대해서 국무위원으로서 행안부(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현 정부 직제래도 말한 겁니다.)장관으로서 정치적 견해를 모두 밝히는 것이 때에 따라서 직무수행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5.16등에 대해) 답변이 어렵다고 한 것입니다. 저도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서 피력하겠습니다.”



    한 나라 장관들의 생각이 왜 이렇게도 애매모호하고 옹졸한 것일까.



    원인은 단 한 가지 5·16을 주도하여 대통령이 되었던 분의 따님이 또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이다.



    장관들의 본심이야 어떻든 장관노릇을 하자면 별 수 없다는 생각을 할지 모르지만, 그런 짧은 소견은 지식인의 덕목이 될 수가 없다.



    고위공직자의 임명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고, 앞으로 5년 동안 더 많은 사람들이 거론될 것인데, 그때마다 똑같은 질문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또 판에 박은 듯한 대답이 되풀이된다면 한국의 지식인 사회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



    이미 헌법재판소에서도 박정희대통령 시절에 있었던 긴급조치 1·2·9호가 무효임을 전월일치 판결로 언도되는 마당인데, 지난 시대의 엄연한 사실을 얼버무려서라도 장관이나 차관을 하겠다는 사람들의 터무니없는 사고는 비난을 받아서 마땅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같은 역사인식의 혼란을 구경만 해서는 안 된다.



    아버님 박정희 대통령은 비록 쿠데타를 주도하였어도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국제사회에 이바지할 줄 아는 튼튼한 나라를 만들었다.



    그 따님 된 도리로 5·16에 관한 모든 논란에, 또 누구나 같은 대답을 할 수 있도록, 특히 공직사회에 공론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앞으로 또 흉한 꼴을 보게 될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이 일은 아버지와 딸의 일이 아니라, 우리 현대사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의 역사인식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에 불과 하다. 그 짧은 5년 동안 엉뚱한 실익을 챙기려다가 물러난 다음에 일어날 수 있는 혼란과 비난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5·16을 <쿠데타>라 한다하여 박정희 대통령이 업적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그 분이 이루어 놓은 공과는 이미 평가가 완료되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닌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쿠데타>냐, <혁명>이냐 하는 용어에 집착하는 것은 5년 후에 일어날 더 큰 혼란을 자초하는 일이고, 또 앞으로도 장관이나 차관 후보자들의 인식을 멍들게 하여 국민들의 비웃음을 사게 할 일이라면 결단코 대통령이 취해야 할 도리가 아니다.



    조선왕조 5백년의 역사가 말장난이 아닌 문자로 적혀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지금은 표정이나 목소리까지 영상에 담겨져서 영구 보존 된다는 사실을 안다면 정정당당 정도를 걸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도리이자 책무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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