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칼럼 / 이기문 / 2013-07-10 16: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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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문 변호사

    최치원은 신라시대의 대 문장가이다. 그는 당나라 유학길에 오르고 당나라 과거시험에 합격해서, 관리로서 생활하고 황소의 난이 일어났을 때, 토벌사령관인 <고변>장군의 휘하에 종군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고변>에 의하여 <토황소격문>을 작성하게 된다.



    그가 쓴 <토황소격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무릇 바른 것을 지키고 떳떳함을 행하는 것을 도(道)라 하고, 위험한 때를 당하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


    지혜 있는 이는 시기에 순응하는 데서 성공하고, 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슬리는 데서 패배하는 법이다.


    비록 백년의 수명에 죽고 사는 것을 기약하기 어려우나, 모든 일은 마음으로서 그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할 수 있는 것이다.



    양심 없는 무리와 충의 없는 것들이 바로 너희들이다. 어느 시대인들 없겠느냐, 멀리로는 유요와 왕돈이 진나라를 엿보았고, 가까이는 안녹산과 주차가 황가를 시끄럽게 하였다. 그들은 모두 손에 막강한 병권을 쥐었었고 또한 몸이 중요한 지위에 있어서 호령만 떨어지면 우뢰와 번개가 치닫듯 요란하였고 시끄럽게 떠들면 안개와 연기가 자욱하듯 하였지만 잠깐 동안 못된 것을 하다가 필경에는 그 씨조차 섬멸을 당하였다.



    너희에게 병권을 주고 또 지방을 맡겼거늘 오히려 짐새와 같은 독심을 품고 올빼미와 같은 흉악한 소리를 거두지 아니하여 움직이면 사람을 물어뜯고 하는 것이 개가 주인을 짓는 격으로 필경에는 임금의 덕화를 배반하고 궁궐을 침략하여 공후들은 험한 길을 달아나게 되고야 만다. 일찌감치 덕으로 돌아올 줄 모르고 다만 흉악한 짓만 늘어가는 도다. 이것야말로 임금께서는 너에게 죄를 용서해 준 은혜가 있고 너는 국가의 은혜를 저버린 죄가 있을 뿐이니 반드시 너는 머지않아 죽고 말 것인데 어찌 하늘을 무서워하지 않느냐.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 도덕경에 회오리바람은 하루아침을 가지 못하고, 소낙비는 온 종일 갈 수 없다고 하였으니 하늘의 조화도 오히려 오래가지 못한다. 더구나 사람의 하는 일이야 또 잘못하겠느냐. 춘추 전에 하늘이 아직 나쁜 자를 놓아 두어 복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 죄악을 짓기를 기다려 벌을 내리려는 것이다. 지금 너는 간사함을 감추고 흉악함을 숨겨서 죄악이 쌓이고 앙화가 가득하도다.



    최치원의 문장에서 나오는 바대로, 회오리바람은 하루아침을 가지 못하고, 소낙비는 온 종일 가지 못한다. 바른 말을 할 때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미련한 고집을 버리고 잘못을 지적할 때에는 반드시 잘못을 고쳐야 한다. 무릇 진퇴를 생각하고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어리석은 사람의 고집을 버리고 여우처럼 의심만 품지 말라.



    권력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언제나 잠시 권력자에게 위탁된 것뿐이다. 잠시 우리 앞에 불어오는 회오리바람과 같은 것이요, 하루 종일을 가지 못하는 소낙비와도 같은 것이다. 진실로 어떠한 권력을 가진 자도 국민들 앞에 겸손해야 한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언제나 물러날 때를 생각하고, 옳고 그름을 분별해야 한다. 소인배처럼 자신의 생각과 이익만을고집하거나 여우처럼 타인을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최치원도 다시 신라에 돌아와, 조국의 현실을 바라보았다. 그가 그렇게도 질타해마지 않던 상황이 6두품 벼슬을 하는 자신 앞에 놓여졌다. 망해가는 신라 앞에서 온갖 개혁 시책을 내놓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말년에 자신이 처한 ‘모순의 상황’을 도통한 도사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마감하였다. 부패한 왕조를 혁파하려는 세력에게 비수를 들이댄 최치원의 <토황소격문>은 오늘의 우리들에게도 또한 적용되고 있으니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다. 중앙과 지방의 정권을 담당하는 자들에게 주고 싶은 말은 권력은 결코 영원한 것이 아니며, 한시적으로 국민들에 의하여 맡겨진 것뿐이다. 선거로 권력을 잡은 모든 이들에게 오늘의 토황소격문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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