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국회의원] 무능한 정치와 위대한 국민

    칼럼 / 김영환 / 2013-07-23 17: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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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아침 조선중기 예송논쟁(禮訟論爭)을 찾아 다시 읽었다. 나는 평소 이 예송논쟁으로부터 조선조 사색당쟁과 붕당정치가 시작되었으며 결국 망국의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해 왔다. 물론 일제 식민사관에 의해 당쟁의 폐해가 과장되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1659년 효종이 죽자 그의 계모인 조대비의 복상(服喪) 기간을 3년으로 하느냐 1년으로 하느냐로 1차 예송논쟁이 시작되었다. 15년 후 효종의 비(妃)가 죽자 이번에는 조대비의 복상을 1년으로 할 것인지 9개월로 할 것인지 논쟁이 재현되었다. 논쟁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던 송시열과 윤휴는 훗날 모두 사약을 마셨다. 이 일이 왕권과 신권(臣權)의 문제이고 남인과 서인의 정파적 이해가 충돌했다.



    그러나 임란이 끝난 지 60여년, 병자호란이 끝난 지 20여년, 백성이 유린되고 전쟁의 검은 연기가 가시지 않은 국토에서 사대부들이 펼친 논쟁치고는 너무나 안이하고 한가하다. 더구나 1차, 2차 예송논쟁이 한창이던 1670년(경술년)과 1671(신해년)년, 이 땅을 휩쓴 전대미문의 ‘경신대기근(庚辛大飢饉)’으로 조선 인구의 5분의 1인 100만 명이상이 굶어 죽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조선의 지배계층은 두 번의 전란과 대기근을 겪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부국강병의 길을 도모하기는커녕 민생을 뒤로 하고 공리공론과 당쟁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세월을 보내다가 그 250년 후인 1910년 결국 나라를 잃고 말았다. 서해 류성룡의 징비록의 외침이 다시 들려온다.



    지난 시절, 얼마나 많은 정치인들과 정당이 국민을 분열시키고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켰던가. ‘참으로 무능한 정치와 위대한 국민의 나라’가 아닌가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정치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어째서 정치인이 국민을 가르는 일에 앞장선다는 말인가. 단언하건데 정치개혁은 불필요한 정쟁을 일으키지 않는 일이다. 집권여당이 나서서 국민을 분열시키고 야당이 덩달아 공리공론의 논쟁에 빠져 들면서 정치권이 국민의 사기를 꺾고 국력을 소진시키고 있다.



    도대체 민생이 극도로 어려움에 처해있고 경제위기가 눈앞에 닥쳐있는 현실에서 정치권 최대의 관심사가 NLL이고, 전직대통령의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란 말인가? 그리고 고작 이것을 파헤치는 데에 국회가 나서 재적 3분의2의 정족수를 채우고 여야가 강제적 당론을 동원했어야했단 말인가? 그래서 그들이 말한 대로 정쟁의 종지부가 찍혀졌는가? 그래서 민심이 안정되고 국익은 챙겨졌는가! 성장의 토대가 갖춰지고 남북관계는 술술 풀려나가고 정치는 희망을 갖게 되었는가?



    우리는 앞으로도 또 몇 달을 정상회담 대화록을 찾는 일에 국력을 소모할 것이다.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정치가 국익과 민생의 궤도에서 이탈한지 참으로 오래되었다. 이를 조장, 촉발한 국정원장과 정권 담당자들의 천박한 역사의식도 문제려니와 이 불을 보듯 빤한 일에 목을 단두대에 들이민 우리 야당 또한 한심하다.



    당장 이 정쟁의 굿판을 집어 치우라! 나를 포함한 모든 정치인들은 비겁하게도 뼛속까지 정파적이다. 제발 이 무더운 여름, 국민을 넌더리나게 하는 이 지리한 상복(喪服)논쟁을 즉각 끝내야 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조선조 예송논쟁이나 지금의 NLL논쟁이나 亡者를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산 자들의 추악한 권력다툼임을.



    우리가 공론의 늪 속에서 허덕이는 오늘도 우리의 젊은이들은 굳건히 NLL을 지키고 국민들은 확고한 인식으로 우리의 국토주권을 지키고 있다. 국민 대다수는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며, 이것을 덮기 위해 느닷없이 NLL과 정상회담 대화록이 튀어 나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 논쟁은 우리의 일용할 양식과 이 고단한 우리의 삶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것만이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팩트(fact)다.



    국정원의 선거, 정치개입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국정원을 개혁하는 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그 밖의 모든 일은 소모적인 정쟁일 뿐 엉뚱하게도 패자는 국가와 국민이 될 것이다.



    내 고향 충북 괴산군 청천면은 화양동에는 우암 송시열의 묘가 있다. 매봉산에 그는 누워있다. 그의 묘소에 가서 소주 한잔을 따르고 물어보련다.



    도대체 정치는 무엇이고 예송은 무엇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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