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길 변호사]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반드시 제한되어야

    칼럼 / 정준길 / 2013-10-28 14:40:50
    • 카카오톡 보내기
    정준길 변호사
    ▲ 변호사 정준길

    최근 들어 조선일보가 보도한 채동욱 전 총장님의 혼인외 자 문제로 세상이 한동안 떠들썩했고, 지금도 여전히 과연 실제로 혼인외 자가 있었는지에 대해 호기심 어린 추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서 정치권은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 하면서 이에 대해 갖가지 추측과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어 국민들을 더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10월초 정치국회에서 전 총장의 사퇴 문제를 놓고 긴급 현안질의를 하는 과정에서 여야 공히 국민들을 물편하게 만드는 폭로들이 다 나왔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채 전 총장과 여성정치인간의 불륜 제보가 있다는 의혹 제기와 전 민정수석이 국정원에 채 전 총장의 사생활 자료 요구하였고, 채 전 총장 찍어내기 시나리오가 청와대에서 사전기획 되었다는 의혹 제기입니다.



    그러나, 이와같이 국회의원들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아니한 채 의혹을 제기하고, 그 의혹이 사실임을 전제로 이런저런 주장을 하는 것을 보는 국민들에게 더더욱 정치혐오감을 부추기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근거없는 폭로가 가능한 이유는 대한민국 정치 수준이 아직 선진국 수준에 이르기에 부족하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회의원 면책특원 때문입니다.



    헌법 제45조에 의하면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밖에서 책임지지 않는 면책특권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국회에서'란 국회의사당만을 뜻하지 않고 상임위원회 등에서 한 연설이나 국정감사 등을 위해 다른 국가기관을 방문해 활동한 경우도 포함되며,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문서로 하는 의사표명도 면책특권의 범위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국회의원의 '직무상' 행위에는 직무집행 그 자체 뿐 아니라정부 및 행정기관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 등 직무행위에 부수된 행위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면책특권은 1889년 명예혁명 후 영국이 의회정치 확립의 기초가 된 권리장전에서의회의 동의 없는 법률 및 과세의 위법, 평화시 의회 동의 없는 상비군의 징집 및 유지의 금지, 국민의 자유로운 청원권의 보장, 의원선거의 자유 보장, 지나친 보석금이나 벌금 및 형벌의 금지 등과 함께 처음으로 인정되었고, 처음에는 국회의원 개인의 특권으로 보장된 것이 아니라 의회의 언론자유의 특권으로서 시작되었으나, 미국 헌법(1조 6항 1호)에서 비로소 의원의 특권으로 인정된 후 거의 대부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헌법으로 인정하는 권리입니다.



    이와같이 전세계적으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인정하는 이유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회 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국회가 입법 및 국정통제 등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하고 그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역사적으로 존재가치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의원들이 면책특권의 뒤에 숨어 발언의 근거에 대한 설명없이 특히 명예휘손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참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회법 제146조에 의하면 “국회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관한 발언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명예훼손적인 발언이 면책특권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으나, 독일 기본법이 제46조 제1항 단서에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명에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 헌법에서는 이와같은 명문의 규정을 두고있지 않고, 헌법이 정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법률에 의해 제한할 수 없는 것이므로 안타깝게도 현행 헌법하에서는 명에훼손으로 처벌하기 어렵다 할 것입니다.



    대법원에서는 2005 다 57752호 손해배상 사건에서 면책특권의 목적 및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발언 내용 자체에 의하더라도 직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분명하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등까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하여 명백히 허위임을 안 경우에는 명에훼손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처럼 판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발언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면 비록 발언 내용에 다소 근거가 부족하거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직무 수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인 이상 이는 면책특권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고, 해당 국회의원이 발언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하였음을 입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무의미한 판결로 보입니다.



    그러나, 면책특권은 과거 국왕이나 정부에 의해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발언이 침해되는 권위주의적 시대에는 이에 대항하는 소극적 의미로서 그 존재가치가 있었지만, 요즈음 같은 민주화 시대에는 불체포특권과 마찬가지로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더 문제입니다.



    따라서, 국회의원 면책규정 제한은 헌법 개정 사항이므로 향후 헌법 개정시에 반드시 현재보다 제한되어야 하고, 특히 발언의 근거가 불명확하거나 허위인 명예훼손적인 발언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의 범위에서 제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국회가 좀더 품격있고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선진정치를 해나가는 생산적인 정치의 장이 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정준길 정준길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