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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혜영 국회의원 |
10월29일 제1회 지방자치의 날입니다. 그런데 기념행사 주최자가 중앙정부인 안전행정부입니다. 자치의 주역인 시민·지방의회·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죽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치권의 핵심인 입법권과 재정권, 사법권, 행정권이 없습니다. 생색은 중앙정부가 다 내고, 지방정부는 위임사무를 해내느라 가랑이가 찢어집니다. 단적으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무상보육의 경우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분담비율이 20:80입니다. 지방정부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당연히 지방단체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선진국의 민주주의와 경제가 어떻게 뿌리부터 든든한 지, 굳이 스위스나 독일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이제는 일반적으로 지방자치가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경제의 핵심인 중소기업과 일자리가 지방자치와 밀접하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복지 지수는 OECD국가 30개국 중에서 26위입니다. ‘시민이 인식하는 국민행복도’는 29위입니다. 국가위상이 커지고 대기업이 성장하는데 각 개인은 불행하다는 것은 비극입니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이 살아야 각 개인이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중앙집권적인 일률적이고 기계적인 국가운영방식으로는 국가경쟁력을 제고 시킬 수 없습니다. 서울올림픽, 베이징올림픽 등 올림픽에 나라이름을 붙이지 않고 도시이름을 붙이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도시가 시민생활의 기본단위고 도시자체가 갖는 의미와 상징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텍사스주 타일러라는 소도시가 특허소송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지식 재산권의 핵심이 특허인데 특허소송비용이 2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200조가 넘습니다. 엄청난 블루오션입니다. 미국 텍사스 주의 그것도 조그만 도시에서 창출하고 있는 가치입니다. 이 지방의 경쟁력이 곧 그 나라의 경쟁력인 것입니다. 저는 ‘내가 주인’이라는 지방자치야말로 대한민국을 각각의 자기 특색을 가진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 토대라고 생각합니다.
지방자치를 살려야 합니다. 지방자치를 살려야 경제와 민생이 살아납니다. 지방경제, 일자리와 중소기업과 골목의 민생이 살아납니다. 지방자치를 살려야 민주주의가 살아납니다. 자기가 사는 곳의 일상을 지키고 발전시키는데 참여하는 민주주의, 가족과 이웃의 행복을 보살피는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지방자치를 살려서 대한민국의 도약을 이끄는 힘으로 만드는 일, 저는 이를 ‘분권자치 대한민국 혁신’이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분권자치혁신을 위한 과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자치분권의 확실한 보장입니다.
만약 개헌을 한다면, 권력구조나 국회의원 관련 개헌보다는 분권을 명시하는 것을 우선해야 할 것입니다. 과감한 자치행정권의 보장이 필요합니다. 중앙정부 위주의 기관위임사무를 폐지하거나 정리한 후 이를 자치사무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자치재정권과 자치사법권의 확립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둘째, 시민자치의 획기적인 대전환입니다.
최근 기초단체 기초의원 정당공천 배제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기초단위는 완전히 정당공천을 배제하거나 정당이 지역사회에 녹아들어가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시민이 우선입니다. 민주주의의 강력한 뿌리를 놓은데 집중해야 합니다.
지방자치는 국가 발전의 핵심 동력입니다. 선진국 치고 지방자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는 없습니다. 이제 더 이상 지방적인 것에서는 중앙정부의 하부기관이 돼서는 안 됩니다. 지방발전의 주체는 지방입니다. 중앙정부는 각각의 지방이 특색이 잘 되어 있고 자기 조건을 잘 살려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항상 강조하는 게 간달프입니다. ‘호빗 뜻밖의 여정’에서 간달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루만은 악을 누를 수 있는 것은 위대한 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바로는 그러지 않다. 악을 누를 수 있는 것은 위대한 힘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사소한 일상의 가치들, 신뢰, 사랑, 배려 이런 것들이다.” 라고 말입니다.
저는 지방자치야 말로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사회구성의 원리라고 봅니다. 지방의 힘, 과감한 분권자치혁신으로 대한민국이 더 풍요로워지고 더 민주적인 사회로 일대 전환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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