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현상, 민주당 숙의 없음을 우려한다

    칼럼 / 최재성 / 2013-11-28 18: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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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 가운데, 우선주라는 것이 있다.

    의결권을 주지 않는 대신 보통주보다 높은 배당률을 지급하는 주식을 우선주라고 한다. 의결권을 가지는 보통주와 구분되는 주식이다.

    안철수 의원이 한국 정치의 위치는 주식으로 치면 우선주와 흡사한 측면이 있다. 아직 정치적 결정과정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지 못하면서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닮아있다.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그 지지율은 현실 정치와 정책결정과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무소속 두석이라는 적은 의석수도 문제겠지만, 정치가 어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만 이뤄지는 것이랴.
    지역과 직능, 수많은 사회집단의 이해와 요구가 정치를 필요로 하고 있고, 수만가지 쟁점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바로 정치의 일상이다. ‘입장’이 사회적 힘으로 확산되는 것이 정치의 집행이다.

    그러기에 정치인은 현안과 쟁점에 대한 입장을 말할 의무가 있는데, 최근까지 안철수 의원에게 이 의무는 유예되어 있었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세력화 발표가 ‘우선주’가 아닌 ‘보통주’가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상법상 주가 총액의 1/4로 제한되는 우선주를 넘어서 새로운 정치의 큰 뜻을 이뤄내길 ‘새 정치’를 바라는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써 기대한다.

    새로운 인물, 새로운 내용, 통합적 정치를 통해 정치적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기를 기원한다.
    우려되는 것은 ‘안철수 현상’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이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 정확히는 안철수 현상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와 주요 인사들의 태도는 우려스럽기만 하다.

    민주당은 대한민국 제1야당이며, 박근혜 정부의 반민주 반민생 정치에 맞서 싸우며, 새로운 국가비전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는 책임야당이다.

    안철수 의원의 새로운 정당이 정치구도를 바꾼다면, 바뀐 구도가 야권전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지방선거일까지 불과 188일 남았다. 안철수 의원의 정당은 호남 정치의 분열은 물론, 새누리당과 한자리수 이내의 접전을 벌여온 수도권과 중부권의 민주당 출마자들에게 핵심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이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어떤 선택이 민주당의 책임에 걸맞으며,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 될 것인가?

    민주당은 당 차원의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범야권 연석회의’에 민주당이 참여한 과정을 보면 적절한 당내 논의와 숙의가 없었다. 그러나, 이미 연석회의는 언론을 통해 ‘신야권연대’로 이름 붙여졌다.

    연대론, 협조론, 입당권유 발언 등 어지러운 말들이 오고가고 있다. 안철수 현상의 힘을 보태는 주는 것의 절반은 민주당의 혼란상황이다.

    책임야당 민주당이 그 책임에 걸맞게 행동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다가올 정치의 계절, 민주당이 한지붕 두가족으로 살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통합을 향해 한걸음 나가가도 부족할 시기에, 분열로 스스로를 발목 잡을까 두렵다.

    안철수 의원의 새 정당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정해야 한다. 민주당의 혁신의 길을 숙의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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