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뜻?

    칼럼 / 이기문 / 2014-06-16 17:46:58
    • 카카오톡 보내기
    이기문 변호사
    ▲ 이기문 변호사
    지금까지 인간세계에 와서 인간의 몸을 입은 사람들 중에 전지전능하신 야훼(여호와), 또는 하느님(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라고 부른다.)을 본 사람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볼 사람이 없다. 유대교와 기독교에서의 God은 야훼를 일컫는다.

    이러한 야훼 하느님의 본질에 대하여는 성경해석학자들의 주석에 의하여 연구되어 왔다. 그들의 주석을 종합하면, ‘사랑, 정의(또는 공의), 자유’ 등이 하느님의 본질에 속하는 부분들이다. 그러나 사랑이나 정의나 자유 등은 하느님의 본질에 속하는 부분이라고 하여도, 이 본질이 인간세계에 실현되는 것은 하느님의 직접적인 출현에 의하여 실현되지 않는다. 사람에 의하여 그 뜻이 실현되어진다.

    그런데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이 요즘은 신의 본질을 흐리는 경우가 더욱 많아졌다. 자신들이 믿는 하느님은 ‘자기의 편’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자기라는 한 인간의 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은 ‘사랑, 정의, 자유’라는 추상명사를 인간세계에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뿐이다. 우리는 신의 음성을 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보아왔다. 그러나 하느님은 어느 누구에게도 나타나지 않는다. 인간들이 만드는 세계에서 신의 본질을 실현하는 과정에서만 신의 뜻을 이야기할 수 있을 뿐 신이 음성으로 인간을 계도하지 않는다. 하지만 야훼 하나님은 “이사야 45장 7절을 통하여 ‘나는 빛도 짓고 어둠도 창조하며 나는 평안도 짓고 환난도 창조하나니 나는 야훼라 이 모든 일들을 행하는 자니라’”라는 말씀에 근거하여, 신이 빛과 어둠을 모두 창조한 창조자이며, 평안과 환난도 창조하는 자로, 전쟁을 만드는 신으로 등장시킨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 유대교나 기독교 신자들은 이 말씀을 붙잡고, 모든 세상의 일들을 하느님의 뜻으로 규정한다.

    실제로 인간은 유한하다. 하지만 신은 무한한 존재이며, 절대자이다. 상대자인 인간이 세상일을 하나님의 뜻으로 규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대자인 인간이 절대자인 신과 동등 존재가 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이러 이러한 일이 하느님의 뜻이다’라고 규정할 수 없다. ‘이러 이러한 일’에 나타난 하느님의 뜻을 유추할 수는 있겠다. 하느님의 뜻일 것이라고 말이다.

    문창극의 특강이 문제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일본의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그는 특강에서 강조했다. 하지만 그와 같은 해석이 맞을 수도 있지만 틀릴 수도 있다. 그가 신과 같은 절대자의 반열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해석이 맞을 수도 있을 것이고, 그가 우리처럼 보통 사람의 영역에 있다면 그의 해석은 틀린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본의 식민지배가 하느님의 뜻이라는 그의 해석에는 아연해 한다. 그리고 남북 분단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해석하는 부분도 어처구니 없어 한다. 남북분단의 경우도 그렇다. 남북 분단이 김일성과 이승만의 뜻일 수는 있다. 하지만 하느님의 뜻은 아니다. 르완다 사태의 본질은 민족 내부의 후투족과 투투족의 내분이 본질이지, 하느님의 뜻이 아니며, 독일의 히틀러의 전쟁의사도 히틀러 개인의 의사이지, 하느님의 뜻이 결코 아니다. 미국의 남북전쟁도 마찬가지이다. 하느님의 뜻을 이 세상에서 인간이 알아낼 방법이 없다.

    문창극이 절대자의 반열에 있다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가 세상에서 성공한 한 인간으로 분류될 수는 있겠지만, 절대자는 아니다. 그렇다면 그의 위와 같은 특강에서의 해석은 독단이요, 편견이다. 그러한 그를 총리 후보자로 내세운다는 것이 위험한 일이다. ?설령 그가 사과를 했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신은 모든 것을 자신의 영광을 위하여 하는 것이라고 단정한다. 소경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신의 영광을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인간세상에서의 미움과 증오, 그리고 불의와 종속 등이 모두 하나님의 뜻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 부분은 인간의 영역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실로 극단적 맹신주의자를 총리로 앉히려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다시 한 번 문창극의 총리 후보 지명을 철회하거나, 스스로 사퇴하는 일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기문 이기문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