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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환 건국대 교수 |
일본에서 교통이 체증되면 제일 먼저 달려오는 사람은 신호기 기술자다. 그리고 유효 적절하게 신호체계를 작동한다.
미국에서는 교통이 체증되면 제일 먼저 달려오는 사람은 교통 경찰이다. 이들은 신호기를 꺼버리고 수신호로 교통을 통제한다.
반면 한국에서 교통이 체증되면 제일 먼저 현장에 달려오는 사람은 뻥튀기와 옥수수 잡상인이다. 한국의 잡상인은 고객이 있는 곳을 누구보다도 빨리 알고, 고객이 있는 곳이면 누구보다 빨리, 어디든 달려간다. 그야말로 천하 무적이다. 벚꽃 구경하는 곳에도 있고 해변에 놀러 가도 있고 졸업식장에도 있고 월드컵 거리 응원하는 곳에도 있다.
하지만 잡상인이라고 해서 누구나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잡상인 중에 돈을 버는 것은 고객이 있는 장소에서,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파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럴 때 다른 잡상인과 차별되는 결정적인 기술적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면 이를 결정 기술(Defining Technology)이라고 한다.
요즘 잡상인들에게 고객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고 싶은 사람들은 아마도 삼성전자의 경영진이 아닐까?
삼성전자의 고객이 사라지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이 2년만에 처음으로 8조원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올해 1분기보다 15.19%, 작년 같은 분기보다 24.45% 각각 감소한 수치다. 불행하게도 이 숫자는 반전될 것 같지 않다.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10%넘게 줄어들었는데 불행하게도 IT모바일 부문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70%에 달한다. 필자는 2013년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한 삼성은 되돌아 설 수 없는 쇠락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이미 혼잡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타 제품사와 구별할 수 있는 삼성만의 차별되는 결정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70퍼센트의 매출을 차지하는 스마트폰 시장을 포기해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비슷한 케이스는 바로 노키아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모바일 시장을 평정하고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던 2007년 성공에 도취되어 있는 순간 노키아의 몰락이 시작되었다. 그 해에 처음 출시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이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폰을 발표하던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시장의 1퍼센트의 시장 점유를 노린다고 했지만 아이폰은 안드로이드폰과 함께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버렸다.
그로부터 불과 5년이 지난 2012년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의 빠른 변화를 예측하는데 실패했다고 자인했고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겨우 10위를 유지했다.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쇠락의 길로 들어선 노키아는 모바일 기기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 사에게 팔아 넘기고 말았다. 달랑 37억 유로였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기기 제조사들의 경쟁이 아닌 애플과 구글의 경쟁이다. 현재 삼성이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는 갤럭시폰과 노트와 태블렛은 사실 삼성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들은 구글 안드로이드폰 일 뿐이다. 중국의 레노버, ZTE, 샤오미, 화웨이 쿨패드 등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결정 기술이 삼성은 없다.
삼성은 뒤늦게 타이젠이라는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러시아에서 타이젠을 장착한 스마트폰인 삼성 Z를 처음으로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계획대로라면 삼성은 이번 주에 모스크바에서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스마트폰을 선보이고 3분기 판매에 들어가야 했지만 막판에 계획이 수정되었다. 사용자들에게 애플리케이션 포트폴리오를 최대한 제공할 수 있을 때까지 미룬다고 한다.
불행하게도 타이젠의 시작은 그리 아름다운 축복으로 채워지지 못했다. 지난 달 6월 2일 미국 샌프랜시스코에서 애플의 개발자 컨퍼런스(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가 개최되던 같은 시간 같은 도시에서 삼성은 타이젠 개발자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삼성은 애플에 자신있게 도전하고 싶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6천여명이 넘는 개발자가 몰렸던 애플에 비해 겨우 6백여명의 개발자만 참석한데다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영국의 한 인터넷 매체는 타이젠이 시작도 하기 전에 익사했다고 판정했고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타이젠폰의 시장점유율은 2017년 2.9%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냉혹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미래는 타이젠에 달려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삼성은 한 번의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백 번, 천 번의 실패를 통해서라도 한 번의 성공을 만들어 내겠다는 다짐을 해야 할 때다.
노키아와 비슷한 전철을 밟는다고 하면 삼성에게는 오 년의 시간이 남아있다. 삼성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타이젠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만들고 그를 중심으로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TV와 사물 인터넷을 연결하고 애플과 구글을 뛰어넘어야 한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삼성이 실패를 두려워하며 현실에 안주한다면 소니와 모토롤라와 노키아의 전철을 밟을 것은 자명하다. 다른 선택은 없다. 삼성이 타이젠으로 시작한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이 위대한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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