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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환 건국대 교수 |
이십사 년 만에 다시 돌아와서 보고 느낀 것 중에는 괴상해서 이해 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괴상하기도 해서 이해 못하는 것들에 바로 우리 한국인만의 창조의 DNA가 숨어있는 것을 본다.
한국에 나와서 접하게 된 한국 유행가들은 참 괴상했다. 많은 노래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후렴구를 영어로 내뱉는 버릇이 있는 것이다. 아무런 맥락도 없이 삽입된 영어가사는 한국말을 훼손시킨다. 나는 세계 최고의 글자를 만들어낸 나라에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I got a boy in my chin (내 턱에 남자가 있어)”로 들리는 가사가 사실은 “I got a boy 멋진”이라는 가사다. “이렇게 말을 섞어서 한국말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가사들을 마구 섞어 써도 되는 거야?” 약간의 분노까지도 느끼며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필자는 얼마 전에서야 이것이 일방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영어 구절이 군데군데 삽입되어 있어서 많은 영어권의 사람들이 한국의 노래를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는 이유가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음악성이라든지 오락성 등 히트하게 된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지만 그 중 한 가지는 영어 구절 때문일 것이다. 뜬금없이 삽입된 영어 구절(“You know what I am saying 오빤 강남 style eh sexy lady”)이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저항감을 줄여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일본의 제이팝(J-Pop)과 비교되던 케이팝이 이제는 미국 본토의 팝송인 에이팝(A-Pop)과 비교되기 시작했다.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다.
또 다른 예는 쵸코파이다. 이것은 옛날 간식이 부족하던 시절에 마쉬멜로와 비스킷이 만들어낸 것으로 냉장고에 들어가지 들어가지 않아도 상하지도 않는 음식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상하지 않는 음식이 존재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이 쵸코파이가 현재 세상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 중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정말로 신기하게도 세계 최고의 간식이 되었다.
또 하나 괴상한 것은 한국사람들이 폭탄주 마시는 버릇이다. 한국인 만의 고유한 칵테일이다. 한국의 맥주는 세계적으로 예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맛이 없다. 아마도 호프가 생산되지 않으니까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호프를 적게 넣고 만드느라 그랬을 것이다. 최근에는 물 안탄 맥주라는 광고까지도 나온다. 그런데 한국의 맥주가 맛이 없다는 것 때문에 폭탄주라는 독특한 칵테일 문화가 생겼다. 외국의 독특한 맛을 가진 좋은 맥주들은 폭탄주 재료로 사용할 수가 없다. 그러나 맛없고 밋밋한 한국의 맥주는 폭탄주제조에는 제격이다. 맛없는 맥주를 한국인들은 맛있게 먹는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필자는 폭탄주 칵테일용 맥주를 상품화해서 수출해야 할 품목 중의 하나일 것으로 본다. 이 외에도 노래방 문화, 커피 믹스, 신라면, 질깃한 빵 등 한국인 만의 문화가 만들어낸 이상한 것이 다수 있지만 지면 관계상 생략한다.
이와 관련하여 생각나는 것은 대장금이다. 십여 년 전 필자가 살던 시카고에서는 작은 한국어 채널에서 대장금을 방영을 하고 있었다. 케이블에 있는 채널도 아닌데 출력파워가 너무 부족해서 직직대는 소리와 함께 눈이 내리는 것처럼 착각하게 하던 채널은 한국어를 잘 아는 교포들에게도 상당한 인내심을 갖지 않으면 참고 보기 어려운 채널이었다. 교포 2세들을 위해서 영어자막을 넣어서 방영했지만 한인 교포 중에 이 채널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하루는 필자를 놀래게 한 일이 생겼다. 시카고 최대의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이 어느 주말 대장금을 보는 사람들에 대해서 전면 기사를 낸 것이다. 바로 시카고 미국인 중에 직직거리면서 눈 내리는 이 드라마를 보는 마니아 층이 형성되어서 이 드라마가 방영되는 날은 같이 모여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럴 수도 있나? 월드컵 축구나 미식 축구 결승전인 슈퍼 보울을 보기 위해 모인다면 몰라도 직직대는 채널에서 방영하는 대장금을 보기 위해 모인다고?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우리가 이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은 바로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바로 세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있는 창조의 DNA는 우리가 좋아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창조경제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마치 우리가 창조적인 경제를 해본 적도 없고 모르는 것처럼 말을 한다. 하지만 구호를 외친다고 창조문화가 생기고 창조경제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 한국인에게는 특별한 창조의 DNA가 있다는 것을 믿고,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더 잘하도록 멍석을 깔아주기만 하면 된다.
새로이 미래창조부를 맡게 된 최양희 장관은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여러모로 존경하는 분이다. 최 장관이 이런 저런 것을 다 이해하고 있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충언을 한다.
“창조는 구호로 외쳐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가진 창조의 DNA가 발현되도록 멍석을 깔아 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창조는 우리가 가진 것을 발견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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