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제 정신 차릴 때다

    칼럼 / 이기문 / 2014-08-05 16: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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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문 변호사
    ▲ 이기문 변호사
    우리 한반도 운명은 언제나 열강이 결정해왔다. 특히 미국이 언제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05년 7월29일 체결되었던 태프트-가쓰라 밀약(Taft-Katsura Secret Agreement)도 예외는 아니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러일전쟁 직후 미국의 필리핀에 대한 지배권과 일본 제국의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권을 상호 승인하기로 하는 밀약이었다. 한반도의 운명을 통째로 틀어쥔 미국의 결정이었다. 이는 1905년 7월29일 당시 미국 육군장관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와 일본 제국 내각총리대신 가쓰라 다로가 도쿄에서 회담한 내용이었다.

    이 기록의 내용은 사실상 미·일 양국이 모두 극비에 부쳤기 때문에 1924년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 각서에 따라 일본 제국은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식민지 통치를 인정하고, 미국은 일본 제국이 대한제국을 침략하고 한반도를 '보호령'으로 삼아 통치하는 것을 용인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한반도의 입장에서 보면 통한의 내용이다. 어째 미국이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내용이다. 그러나 사실이 그랬다.

    이에 대하여 미국의 역사가들이 이 밀약은 공식외교 문서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는 하지만, 이 밀약이 미국과 일본의 동맹의 주축을 이루고 있고, 이는 오늘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와 일본과 사이에 포츠머스 강화조약이 열리기 전에 이미 대한제국의 자치능력을 부정하고 일본이 한반도 지역을 식민지배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들어맞는다는 입장을 보였던 것이다.

    이 밀약으로 대한제국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차단되었고, 일본은 1905년 11월 대한제국에 을사늑약을 강요했고, 이에 대하여 미국은 이를 사실상 묵인했다.

    통한의 역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중국은 2013년 7월 철의 실크로드를 개통의지를 밝혔다. 중국과 독일의 함부르크를 연결 짓는 철도를 개설하는데 합의한 것이다. 2013년 12월12일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핵우산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중국이 세계 경제 대국 1위로 등극할 즈음인 것이다. 여기서 중국은 2014년 5월21일 아시아안보협력기구를 제안하고, 미국의 중국봉쇄정책(Pivot to Asia)에 정면대응하고 나섰다. 그리고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설립에 한국의 동참을 요청하였고, 미국은 한국의 위 투자은행 참여에 신중하도록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시진핑의 한국 방문에서 시진핑도, 박근혜 대통령도 서로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미국이 한미동맹국가임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6.25 전쟁을 통하여 한국을 도와준 것은 사실이고, 당시 중국은 적대국가였다. 사실상 미국이 이러한 점을 강조하면서도 사실은 일본과의 동맹을 더 앞세우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이번 일본의 아베정권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한 데 대하여 미국의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내 놓은 발언은 우리에게 아주 충격적이다. 그는 아베정권의 집단적 자위권행사를 역사적 결정이라고 치켜세웠다. 일본 아베정권에게 힘을 몰아 준 것이다. 이에 대하여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는 반발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대응하는 태도는 미적지근하다. 이러한 때에 일본 국방상인 오노데라 이쓰노리는 ‘중국이 힘으로 동북아 질서의 현상을 변경하려는 것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미일 동맹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발언인 것이다.

    중국과 미국이 벌이고 있는 동아시아에서의 패권경쟁이 현재 한국이 처하고 있는 외교적 상황이다. 일본은 이제 언제든지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제국주의의 부활을 꿈꾸고 있고, 이에 맞서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를 우리 지도자들은 결정해야 한다.

    최근 아베의 방북문제에 대하여 미국의 켈리 국무장관이 한ㆍ미ㆍ일 연대가 흔들릴 염려가 있다고 지적한 것은 그나마 한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였다. 여기서 우리 스스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바로 남북 분단상황에 대한 인식이다.

    우리의 분단상황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서 희생물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 스스로 인식하고, 분단상황을 해소하는데 더 집중하는 자세로 남북을 통일로 가게 하고, 더 나아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의 국가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로 외교의 방향을 틀어잡아야 한다.

    우리 시대의 정치지도자들의 선택의 몫이다. 한국, 이제 정신 차릴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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