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환 칼럼] 세월호와 태평성대

    칼럼 / 이영환 / 2014-08-28 15: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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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환 건국대 교수
    ▲ 이영환 건국대 교수
    요임금이 왕이 된 지 50년이 되어 평민차림으로 거리에 나섰을 때 아이들이 다음과 같은 노래 소리를 들었다.

    “백성들을 살게 하는 것은(立我烝民) 임금의 지극함 아닌 것이 없구나(莫匪爾極). 느끼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면서(不識不知) 임금의 법에 따르고 있다네(順帝之則)”

    이번에는 또 다른 곳으로 가니 한 노인이 길가에서 두 다리를 뻗고 앉아 한 손으로는 배를 두드리고 다른 손으로는 땅바닥을 치면서 격양가를 부르고 있었다.

    “해가 뜨면 밖에 나가 일하고(日出而作) 해가 지면 집에 들어와 쉬고(日入而息) 우물 파서 물을 마시고(鑿井而飮) 밭을 갈아 밥을 먹으니(耕田而食) 임금의 힘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帝力于我何有哉)”
    백성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고 사는 것이 태평성대다. 각자 해야 할 일도 많은데 국민마다 다 의견을 갖고 한 마디씩 떠들어야 할 일이 있다면 난세다. 세월호 때문에 국가가 마비되고 있다. 난세다.

    세월호에서 드러난 많은 문제들의 원인을 밝히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해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세월호를 통해서 나타난 국가적인 총체적 부패와 부실은 기가 막힌다. 세월호 특별법의 제정은 당연하다. 그런데 여야가 특별법의 제정에 대해서 이미 두번이나 합의를 했다가 두번 파기했다.

    두번의 합의가 파기된 이유는 단원고 유가족들의 반대가 이유다. 단식 중인 유가족 김영오씨는 “특별법 제정이 왜 필요한 지는 애들도 안다. 그런데 쟤들이 모르겠나? 알기 때문에 안 해주는 것이다. 제정을 하는 순간 자기들 모가지 다 날라 가는 거 아니까”라고 했단다.

    이 이야기를 보는 순간 가슴이 갑갑해진다. 특별법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확실히 드러낸 것이다.

    자칫 무분별하고 위험한 정치적 칼날이 되어버릴 수 있는 것이 세월호 특검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위험을 알면서도 세월호 특검에 수사권, 기소권을 주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국회는 국정조사라는 귀중한 제도를 통해서 아무 것도 밝히지 못하고 흐지부지 세월만 보내다 끝내 버렸고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특검도 그와 비슷하게 될 운명이기 때문이다.

    말로는 뼈를 깎고 살을 깎고 성역이 없는 조사를 약속하지만 사실 새누리당이나 새민련은 모두 세월호 관련 진상조사의 의지가 없다. 흐지부지 시간만 보낸 국정조사와 함께 그들이 슬쩍 뭉개고 싶은 특검법에 대한 유족들과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은 당연하다.

    유병언을 사면하고 법정관리를 통해 재산을 법망을 피해 도로 찾을 수 있도록 돕고 해운 관련 규정을 슬쩍 슬쩍 고쳐주는 과정에서 여야 정치인들과 권력의 핵심 인사들이 다수 관련되었을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해운협회에서 제공한 국회의원들의 외유와 관련 법안 처리 과정이라든지, 금박 골프채 뇌물 수수, 국정원 개입 정황 등 많은 의혹이 여러 군데서 노출된 바다. 새누리와 새민련 정치인들과 핵심권력자 등 적지 않은 분들이 특검의 칼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도망갈 곳은 없다. 세월호 특검의 칼날이 정쟁적으로 이용당할 위험이 있다고 해도 새누리당과 새민련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하여 특검법을 수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실을 확인하는 동시에 부패한 자들을 찾아서 벌하고 국가 권력의 수술과 개조라는 대대적 작업을 이뤄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자면 단호하면서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을 분이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될 특별 검사로 임명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부정부패 세력과 인간들이 퇴출되어서 일반 국민으로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잊고 격양가나 부르는 시절을 맞이하고 싶다는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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