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8곳 부실시공 자재 빼돌려 공사비 '뻥튀기'

    사건/사고 / 민장홍 기자 / 2014-10-09 16: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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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락볼트 설계수량보다 적게 쓰고 187억 더 타내··· 현장소장등 9명 기소
    [시민일보=민장홍 기자]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고속국도 터널공사 과정에서 암석이나 토사 붕괴 방지 역할을 하는 핵심부품인 락볼트를 설계수량보다 적게 시공하고도 공사대금을 허위 청구한 건설사 현장소장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문홍성)는 락볼트 공사대금을 허위로 과다 청구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선산토건 현장소장 이 모씨(56·구속기소) 등 시공사·하도급 업체 현장소장 3명을 구속 기소하고 계룡건설산업 현장소장 신 모씨(55)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또 락볼트 시공 과정에서 허위 거래명세표, 세금계산서 등을 도로공사에 제출한 혐의(사문서위·변조 등)로 동부건설 현장소장 김 모씨(48)와 대우건설 현장소장 박 모씨(50)를 포함, 대기업 시공업체 현장소장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영동-옥천 1공구, 주문진-속초 5공구, 담양-성산 6공구, 동홍천-양양 6공구, 동홍천-양양 11공구, 동홍천-양양 14공구, 동홍천-양양 16공구, 상주-영덕 5공구 등 총 8개 공구 터널공사에서 락볼트를 부실 시공한 혐의다.

    특히 영동-옥천 1공구의 경우 락볼트의 부실시공 등으로 인해 40억원이 넘는 혈세가 낭비됐다.

    검찰 수사결과 선산토건 현장소장 이씨와 계산건설산업 현장소장 신씨는 2011년 7월부터 2012년 2월까지 락볼트 설계수량 1만7310개 중 4046개를 쓰지 않고 공사대금을 과다 청구하는 수법으로 모두 8억5935만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구산토건 현장소장 양 모씨(47·구속기소)는 주문진-속초 5공구의 락볼트 설계수량 1만8350개 중 1만2420개를 시공하지 않고 2009년 10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총 8억3681만여원의 기성금을 허위 청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부건설이 시공을 맡은 동홍천-양양 11공구 구간에서도 기성금 5억8358만여원이 과다 지급됐다. 이 구간 현장소장 정 모씨(49·불구속 기소)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설계도면상 투입해야하는 락볼트 2만9190개 중 8390개를 시공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구간의 현장소장 김 모씨(48·불구속기소)와 공무과장 고 모씨(43·불구속기소)는 락볼트 사용대금을 과다 청구한 사실이 적발될 것을 우려해 거래관련 증빙서류를 위·변조했다.

    삼성물산의 품질관리팀 대리 이 모씨(36·불구속기소)도 담양-성산 6공구에서 주요자재검사 및 수불부 양식에 반입수량 등을 허위 기재하고 검측감리원 서명까지 도용해 도로공사에 제출했고, 대우건설 동홍천-양양 6공구 현장소장 박 모씨(50·불구속기소)도 주요자재검사(수불)대장 양식 등을 위조한 자료를 도로공사에 낸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이처럼 과다 청구한 공구의 기성금이 총 187억원 상당으로 락볼트 미시공 비율은 평균 27%에 달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한국도로공사에 터널공사 락볼트 부실시공과 관련한 기성금 과다 청구액과 락볼트 미시공 현황 등을 송부해 터널의 정밀안전진단 및 향후 관리감독 강화 필요성을 통보했다.

    이와 함께 락볼트 부실시공으로 과다 청구된 기성금 187억원에 대해서도 한국도로공사와 협조해 전액 환수조치할 예정이다.

    한편 이 같은 터널공사의 락볼트 부실시공 발생 원인으로 발주처의 관리·감독 소홀, 터널공사 업체들의 현장적자 보전을 위한 관행적 기성금 과다 청구 등을 지적했다.

    한국도로공사 현장감독 인력과 도로공사와 감리용역 계약을 체결한 검측감리원은 락볼트 등 주요자재의 반입 수량과 품질 등을 확인하지 않고 거래명세표 등 송장만 확인하는 등 실제 반입 물량을 제대로 검수하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확인했다.

    또 락볼트 시공 후 특수 콘크리트인 숏크리트를 타설하면 터널 안쪽에 묻힌 락볼트의 실제 시공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고, 24시간 진행되는 터널공사의 특성상 현장감독인력 부족 등이 락볼트 시공에 대한 관리·감독으로 이어진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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