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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환 건국대 교수 |
지난 달 삼성과 애플이 다소 시차를 두고 신제품을 발표했다. 양사의 신제품만을 보고 비교하면 아마도 역사상 처음으로 삼성이 애플에 비해 보다 혁신적인 제품군을 출시했다.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6는 혁신적인 부분을 말하기에는 다소 낯 간지럽다. 아이폰6가 종전의 아이폰에 비해 새로운 것이라고 하면 ‘애플페이’와 스크린이 커진 정도다. 구글의 슈미트 회장은 애플이 삼성의 갤럭시 노트를 모방한 것밖에는 없다고 직설적으로 말하여 구설수에 오를 정도로 새로운 것이 없다.
이와 비교되는 삼성의 갤럭시 노트 엣지와 스마트 워치 기어 S 등은 대부분 새로운 기술적 도전에 성공하고 있다. 새로운 제품군은 산뜻하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잘 포장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기술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이에 비해서 아이폰6는 출시하자마자 여러 가지 결함이 발견되었다. 일부 판매 제품이 주머니 속에서 구부러지는 불량품이 발견되고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하면 치명적인 버그까지 다운로드 되는 일까지 겪었다.
이런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애플 아이폰6 매장에는 고객들이 줄을 서서 구매하는 반면 삼성은 줄 선 사람은커녕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아이폰6는 사상 최고의 판매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데 삼성은 영업이익이 60%나 급감했다. 미국시장 출시 직후 1000만대를 돌파하는 역사상 최고의 판매를 기록한 아이폰6는 이번에는 중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 보도 매체인 미국 씨넷에 의하면 중국 정부의 판매 승인이 난 후 불과 6시간만에 시나닷컴에서만 200만명이 몰렸고 사전예약 판매 400만대를 돌파했다고 한다.
애플의 기적이라고 불러야 할 이런 판매실적이 바로 스티브 잡스가 만든 디지털 허브의 힘이다.
디지털 허브는 단순한 기기가 연결되는 단순한 네트워크가 아니라 애플이 제시하는 디지털 생활 방식이다. 즉, 애플의 허브를 통해 음악을 듣고 문서와 콘텐츠를 간직하고 이를 즐기는 생활방식이다. 애플의 고객은 틴에이저가 되기 전부터 음악 구매를 시작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디지털 라이프를 애플로부터 시작한다. 이들이 첫 모바일 폰을 가질 때까지 구매하는 음악은 평균 100불에 달한다. 이렇게 구매한 음악은 아이폰, 애플 노트북컴퓨터, 아이패드 등으로 그대로 이전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애플이 무료로 5기가바이트까지 제공하는 아이클라우드(iCloud) 서비스는 고객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데이터의 저장고 역할을 함으로써 고객이 소유하고 있는 애플 기기들간의 접착제 역할을 한다.
아이폰에서 사진을 찍으면 이 사진은 인터넷을 통해 아이클라우드에 업로드 되고 이후 고객이 소유한 아이패드에 자동으로 다운로드 된다. 고객은 어떤 행동도 취할 필요가 없다. 인터넷에 연결만 되어 있다면 업로드와 동기화가 모두 자동으로 이루어진다.(이와 관련하여 최근 데이터 유출 사고가 있었지만 매출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았다.) 콘텐츠가 자동으로 연결되어 고객들에게 디지털 생활의 편리함을 준다. 디지털 허브는 고객이 타사 제품으로 옮겨가지 않도록 하는 그물 역할을 한다.
이러한 생태계에 더욱 힘을 싣는 것은 마니아 고객층이다. 1970년대부터 만들어져서 역사를 자랑하는 애플 사용자 그룹은 다소의 부침은 있었지만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그 중에는 소수의 광적인 마니아 고객층이 있다. 이들은 ‘컬트 오브 맥’ 혹은 ‘맥의 사교(邪敎)’라는 싸이트를 운영하면서 전세계 애플스토어를 성지 순례하는 등 종교적 신앙 수준의 충성도까지 보인다. 이들은 애플의 기기가 아닌 애플의 창조적 문화의 전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디지털 허브를 사용하는 고객과 마니아 사용자 그룹은 이번 아이폰 6에서 초강력 충성된 소비자의 파워를 보여준다. 즉 경쟁 제품에 비해 다소 혁신성이 떨어지고 결함이 있는 제품임에도 사상 최대의 매출을 가져다 줄 정도다.
이런 와중에 애플과 경쟁해야 하는 삼성에는 제품을 연결하고 고객들의 사용에 편리함을 제공하는 디지털허브나 콘텐츠를 제공하는 생태계가 없다. 더욱 아쉽게도 전파할 만한 문화도 없고 종교 수준의 충성도를 가진 마니아 고객층도 없다. 이미 저가폰을 위주로 한 중국 기업의 추격은 거센데다 애플의 고객층은 완고하다. 이른바 샌드위치 신세다.
지금 삼성이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미 많이 늦었다. 하지만 이 순간 기억해야 할 것은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격언이다. 지금 필요한 전략은 단 하나다. 삼성은 애플이 성공하고 있는 것처럼 제품이 아닌 문화를 제시하고 전파해야 한다.
삼성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전자제품들, 즉 냉장고, 세탁기, TV를 묶고 사물인터넷의 미래지향적 생태계를 만들어 제시하고 (스티브 잡스의 표현을 빌리자면)‘미칠 듯한 위대함’(insanely great) 과 “미학적으로 아름다움”(aesthetically beautiful)에 대한 엄격한 태도로 애플 마니아를 무너뜨리고 미세한 차이를 중독적으로 제시하여 중국식 싸구려 제품의 고객을 끌어당기는 전략이 그것이다.
이 위기를 통해서 애플보다 더 창조적인 삼성만의 아름다운 디지털 문화를 세계인들에게 제시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추락과 비상의 갈림길에서 더 높은 차원으로 비상하는 삼성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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