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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은희 국회의원 |
학문적으로 젠더혁신(gendered innovation)이란 연구의 우수성과 질을 높이기 위해 기초 및 응용 연구의 모든 과정에서 성별(sex)과 젠더(gender)를 고려한 분석 방법을 융합시키는 과정으로 정의되고 있다.
사전적으로 보면 젠더와 성(sex)은 우리말로 ‘성’이라는 같은 뜻이지만 원어인 영어로는 미묘한 어감차이가 있다고 한다. 젠더는 사회적인 의미의 성이고, 섹스는 생물학적인 의미의 성을 뜻한다고 한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다수 국가가 주장하는 젠더는 남녀차별적인 섹스보다 대등한 남녀 간의 관계를 내포하며 평등에 있어서도 모든 사회적인 동등함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이러한 젠더혁신 개념은 창조경제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젠더혁신이란 과학기술 연구과정에서 젠더 편견(gender bias)을 제거하거나 젠더 요소를 고려하여 삶의 질과 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Science」 발표에 의하면, 미국에서 1997년~2000년 사이 생명을 위협하는 것으로 밝혀져 판매가 금지된 10개의 약품 중 8개가 여성에게 더 위험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임상연구 과정에서 대부분 수컷 실험동물만을 이용하여 특정약물에 여성이 더 취약할 수 있는 남녀의 생리적 차이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런 젠더혁신 개념은 과학기술 연구 영역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으로도 확대 적용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젠더혁신 개념은 로봇 설계에 있어 인간의 젠더를 고려하여 남성에 가까운 로봇인지, 여성에 가까운 로봇인지가 로봇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초미세먼지 방지 마스크 제품을 개발함에 있어 중금속에 대한 남녀의 신체반응의 차이를 반영하는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데 응용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젠더혁신은 지식의 생산과 응용, 확산 과정에서 과거에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여성의 관점과 수요를 반영하여 기술 혁신을 달성하고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창조경제를 창출할 수 있는 혁신적인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 론다 쉬빙거 교수는 전통적인 젠더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첫째, 여성 숫자를 늘려라(Fix the Number), 둘째, 제도를 바꿔라(Fix the Institution), 셋째, 지식체계를 변화시켜라(Fix the Knowledge) 등의 세 가지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젠더혁신은 과학기술연구 분야에서 지식체계를 변화시키는 가장 높은 수준의 처방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올해 초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15.5점으로 OECD 최하위를 기록했다(참고로 유리천장은 직장 사회에서 여성의 승진과 공평한 처우를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의미한다). 이는 비단 직장뿐만 아니라 정치, 교육,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한국사회는 공공조직과 더불어 민간조직에서 고위직 여성 비율의 확대와 더불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 인재의 참여 기회를 확대시키고, 여성이 육아와 경제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조직 제도와 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여성 또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젠더 편견을 제거하기 위한 불합리한 현실 제도의 개선에서부터 시작하여 사회 전 영역에서 젠더혁신을 추구함으로써 미처 인식하지 못한 부분에서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출처:새누리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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