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환 칼럼] 핀테크와 국가적 위기

    칼럼 / 이영환 / 2014-11-21 15: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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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환 건국대 교수
    ▲ 이영환 건국대 교수
    금융과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된 소위 핀테크(Fintech; Financial Technology; 금융기술)라고 불리는 분야가 신성장동력으로 주목을 받는 중이다. 금융과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되면 많은 사람들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고 자연스럽게 고객층이 넓어지게 된다. 저금리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금융산업에 핀테크는 경영효율을 높이고 비용절감을 하는 동시에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정보통신기술의 최신 트렌드까지도 살려서 새로 디자인되는 금융서비스의 초기 개발단계부터 소비자들의 적극적 공유와 참여를 끌어내고 융합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인지한 세계의 금융업체 및 전자상거래 업체 등이 핀테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중이다.

    예컨대 중국의 알리바바는 ‘알리페이’에 충전된 자금을 단기 금융상품에 서비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출시 1년만에 상품 가입자가 1억명, 자산 총액 100조원에 육박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이에 고무된 중국정부는 알리바바에게 은행설립 허가까지 내주어 이제 핀테크에 기반한 은행이 출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었다. 이는 곧 알리바바뿐만이 아니라 유사 전자상거래 업체에게도 유사한 은행설립을 시작할 수 있다는 신호가 되어 다른 업체들도 금융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역시 핀테크는 많은 주목의 대상이다. 그 중 애플의 아이폰6와 함께 발표한애플페이는 출시한 지 얼마 안되었지만 전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아이폰6는 기술적으로 단 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혁신성이 결여되어 있다. 바로 그 단 한 부분이 애플페이다. 보통의 경우 결재의 간편성과 개인 정보의 보안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기술적인 이유와 이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감 때문에 일반의 사용이 제한되어왔던 분야다. 그런데 애플페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애플페이가 바로 지문 인식 시스템을 통해서 간편성과 보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중국의 알리바바 뿐만이 아니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해외기업들에 비해 아쉽게도 이들과 경쟁해야 할 국내의 정보통신 기업, 금융기업, 벤처기업 등은 핀테크에 대해 유난히 더디게 반응하고 있다.

    그 이유는 국내의 경우 금산분리법 등 여러 가지 규제가 반시장적으로 되어 있는데다가 핀테크가 시작될 수 있는 벤처 생태계도 매우 척박하다. 더 큰 문제는 금융산업 자체가 경쟁력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세계경제포럼의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금융산업은 경쟁력이 80위로 후진국 케냐, 네팔보다도 낮다. 더군다나 은행의 건전성은 대부분의 후진국 은행보다도 못한 122위에 랭크되었다.

    이런 까닭에 한국의 금융산업의 미래에 대해 우려되는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핀테크는 와해성 혁신이다. 이와 유사한 와해성 혁신은 2003년부터 애플이 아이튠스 서비스를 본격화하면서 디지털 음반 판매업에 뛰어들었을 때다. 애플은 그 전까지 CD 1장에 판매되던 음반의 패러다임을 바꿔 한 곡에 0.99센트라는 파격적인 정책을 도입하였고 그로부터 불과 3년내에 기존의 음반업체들은 붕괴되거나 영세사업자로 변했고 애플은 디지털 음반시장을 장악하면서 가장 큰 음반 판매 업체로 우뚝 서게 된다. 기존의 금융산업은 와해성이라는 점에서 음반시장과 매우 유사하다. 핀테크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기존의 금융시장은 와해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다면 한국의 금융기업들은 과연 애플, 구글, 알리바바 등의 거대자본이 금융시장을 재편할 때 와해되지 않을 대책이 있을까?

    둘째, 대부분의 하이테크 시장은 승자 독식의 현상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핀테크 기업들은 대응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국의 애플에게 밀렸고 중국의 알리바바에게 추월 당한 격이다. 과연 이미 선두를 차지한 애플과 벌써 우리를 추월한 알리바바로부터 세계시장은 고사하고 국내시장이라도 방어할 수 있을까?

    셋째, 핀테크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 기업의 영역이다. 설사 핀테크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더라고 한국의 벤처생태계는 몹시 척박하다. 국내 벤처캐피탈 접근용이성은 방글라데쉬보다도 낙후된 세계 랭킹 107위라고 세계경제포럼은 보고하고 있다. 이런 척박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디어를 가진 다수의 벤처 창업자들과 이에 투자할 벤처캐피탈이 나올 수 있을까?

    넷째, 핀테크 기업의 창조적인 아이디어의 다양성을 수용하기 위해서 선제적으로 규제가 풀려야 한다. 금산분리법 등의 규제가 철폐되고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개정되어야 전면적인 핀테크 가능하다. 관련 규제들이 핀테크 기업을 위해서 철폐될 수 있을 것인가?

    결론적으로 지금 당장 변신할 수 없다면 외국의 거대 핀테크 자본에 의해 금융시장 자체가 붕괴될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122위의 건전성과 80위의 경쟁력을 가진 현 상태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심히 염려가 된다. 금융산업이 붕괴하면 국가의 존립마저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 위기다.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금융위원회 등 당국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대책마련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핀테크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IT 금융 융합 협의회’도 최근 출범했다. 위기 때마다 빛나는 능력을 발휘해온 우리 국민이기에 이번에도 슬기롭게 위기를 벗어날 것을 믿는다. 다만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기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이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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