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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환 건국대 교수 |
그 칼럼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은 깊은 산중에서 핸드폰 전화가 터지지 않는다고 전화기 액정에 막걸리를 바르는 것에 비유하여 설명했다. 액정에 막걸리를 바르고 전화가 막 걸리기를 바랄 수는 없다. 현재의 개인정보보호법이 이전보다 개인정보가 강력히 보호된다고 생각하면 막걸리 때문에 핸드폰 통화가 터질 것으로 믿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 법으로 국가가 액정에 막걸리 바르기 식의 미봉책을 강요하고 있다. 그 결과로 관련 기업만 어렵게 만든다.
비슷한 예로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난 후 국가에서 발표한 대책은 “수학여행 금지”라는 전대미문의 미봉책이었다. 모든 수학여행은 금지되었고 수학여행과 관련된 사업체는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
또 다른 예는 인터넷실명제(제한본인확인제)다. 인터넷실명제는 인터넷의 욕설이나 비방을 금지하기 위하여 인터넷의 모든 사용자가 실명을 사용하도록 강제한 법이다. 국민모두에게 인터넷 아이디를 실명으로 쓰기를 강요하면 인터넷에서 욕설이 없어지길 기대했던 법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법규정을 만든 분들이 기대했던 것처럼 막걸리 때문에 핸드폰이 터지는 일은 없었다. 대신 막걸리 바른 핸드폰이 망가졌다.
2012년 8월 위헌판결로 폐지되기까지 3년 8개월 동안 실시되었던 인터넷실명제는 국내법을 준수하는 우리나라 기업들만 망가뜨리는 해악을 가져왔다.
인터넷 동영상 시장을 예를 들면, 이 제도가 실시되기 직전 2008년 우리나라의 동영상 시장은 판도라TV가 42%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었고 유튜브는 달랑 2%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인터넷실명제가 시행되면서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바뀌고 만다. 왜냐하면 법을 따른 판도라TV는 법에 따라 모든 사용자에게 실명인증을 강제했고 이를 거부할 경우 서비스를 제한했다. 그러나 외국 기업인 구글은 유튜브에서의 인터넷실명제라는 법의 준수 자체를 거부했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귀찮게 실명인증을 요구하는 국내 싸이트를 떠나 외국의 싸이트로 몰려갔다.
결과적으로 시장점유율은 완전히 반전되고 만다. 이 법이 폐지되고 난 직후인 2012년 12월에는 인터넷 판도라TV의 시장점유율은 4%로 급락해 있었고 유튜브는 60%로 육박할 정도로 시장을 장악했다. 물론 유튜브가 좋은 서비스와 좋은 기술이 있었던 사실은 부정할 수는 없지만 외국 기업에게 동영상 시장을 내주는데 인터넷실명제라는 규제가 큰 몫을 했다.
지금 이와 유사한 예가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 이미 언급한 대로 개인정보보호법은 액정에 막걸리 바르고 통화가 터지기를 바라는 식의 규제다. 효과가 거의 없다. 그 대신 국내기업들의 사업에 커다란 해악을 끼친다.
지난 해 8월 개인정보보호법이 발효된 이후로 인터넷 결재하기가 과거보다 더 복잡해졌다. 그냥 “더 복잡해졌다”기 보다는 “괴상망측하게 복잡해졌다”고 할 만큼 똑같은 정보를 쳐 넣고 또 쳐 넣어야 한다. 왜냐하면 개인정보를 잠시라도 저장을 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되기 때문이다.
작년에 박대통령께서 ‘천송이 코트를 중국인 살 수가 없다’는 사실을 직접 언급하신 후로 공인인증서 강제 규제가 없어졌다. 없어진 것이 있으니 더 간편해져야 하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규제인 개인정보보호법이 과거보다 더욱더 불편하고 복잡하게 만든다. 문제는 효과는 없고 불편하기만 한 이 규제가 인터넷실명제의 경우처럼 우리나라 사업자들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당연하게도 외국의 기업들에게는 이 괴상망측하게 복잡하고 불편한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구글, 아마존, 이베이 등 외국의 사업자는 고객의 정보를 모두 저장해 가지고 있으므로 그냥 단 한 번의 클릭으로 결제가 된다. 그래서 필자는 G마켓에 가서 한 시간, 두 시간 씨름하다가 포기하고 그냥 아마존에 가서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을 자주 선택하게 된다. 아마존에 가서 일 분 이내에 원하는 물품을 찾아서 원클릭으로 결제하고 할 수 있는데 매번 한 시간, 두 시간 허비할 수 없다. 해외직구를 하면 며칠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그냥 며칠 잊고 있으면 도착하니까 그리 불편하지 않다. 나 같은 불편결재를 피하는 “해외직구족”들이 늘어나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도 과거의 동영상시장과 같은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직장이 없어서 청년실업이 사상 최고라고 하는 요즘이다. 이런 때에 우리나라 정부처럼 자기 나라 기업을 차별대우하고 사업 못하도록 가로막는 정부가 또 있을까?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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