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 인생을 보면 혹독해요. 시골에서 기르는 똥개는 보리밥에 된장을 비벼 던져주면 먹고, 마루 밑에서 뒹굴다가 여름에 잡아먹히고 그러잖아요. 그런 누렁이 같아요. 한국 문학이 걸어온 작가의 삶, 문학 자체가 그랬습니다. 그렇게 척박한데도 뭐가 좋다고 이렇게 했을까요."
식민지 시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한국 단편 문학을 읽고 또 읽은 소설가 황석영(72)의 소감이다.
"한국문학의 운명은 모더니스트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모더니즘의 숲을 통과해야만 리얼리즘의 광야에 도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죠. 쭉 읽어오다 보니 한국문학은 결국 당대 사랑하는 사람과 더불어 현실과 삶의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문학이더라고요. 그렇지 않은 문학이 없었습니다."
황석영은 이들 작품 중에서 101편을 가려 뽑고 편마다 해설을 덧붙였다.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이다.
"작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했을 때의 작품들을 우선적으로 골랐어요. 제 작품도 70년대 초반 썼던 작품을 골라서 실었어요. 한 작가의 유명하게 알려진 작품을 살핀 다음, 또 다른 좋은 작품이 있을 때 서슴치 않고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택했습니다."
2011년 11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3년 동안 온라인 카페 문학동네에 연재한 것들을 수정, 보완했다. 염상섭의 '전화'로 시작해 김애란의 '서른'으로 닫는 10권 분량의 방대한 작업이다.
"동료 문인들이 개인 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어떻게 작품을 쓰게 됐는지를 기억과 인터뷰 자료, 증언자료를 추려 모아 그 사람의 문학세계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각 작가의 단편을 소개한 뒤 '아, 정말로 이문구를 어찌 다 말할 수 있을까. 옛 벗들의 삶과 작업을 객관적으로 대하려고 애쓰면서도 추억을 자꾸 곱씹게 되는 것은 나도 늙어간다는 것이리라'(4권 140쪽)는 식의 애정 어린 리뷰가 이어진다.
"결론은 우리 문학이 간단하지 않다, 위력이 있고 생명력이 있다는 겁니다."
1~10권은 차례로 '식민지의 어둠' '해방과 전쟁' '폐허의 잡초처럼' '폭력의 근대화' '생존의 상처' '억압과 욕망' '변혁과 미완의 출발' '나와 너' '위태로운 일상' '너에게로 가는 길' 등의 제목으로 묶였다. 애초 100선으로 기획됐지만, 지속성을 고려해 101선으로 수정했다.
각 권의 말미에 해설을 쓴 신수정 문학평론가는 "문학사로 보는 황석영론이다. 황석영이 생각하는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젊은 작가들에 선집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황석영은 "이는 다른 선집에서 볼 수 없는 당대성"이라며 "젊은 피를 수혈받은 느낌이다. 이번 기획을 통해 만년문학을 탄탄하게 할 기회가 된 거 같다"고 말했다.
"똥 누러 갔다 왔더니 인생이 다 가버렸습니다. 올해 일흔둘인데 팔십까지 장편 두어편 쓰면 끝날 거 같아요. 봄에 경장편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죽음이 가까운 세대로 만년 문학을 시작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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