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남영진 한국감사협회 고문 |
전형적인 온대기후인 우리나라에선 1년 12달을 4계절로 나누면 한계절에 3달씩이다. 3 4 5월이다.
입춘이 2월4일이었으니 봄은 이미 한달 전에 왔다. 한달 후 3월3일까지 춘설이 분분했으니 봄을 느끼기엔 너무 춥다. 2월19일 설날이 24절기로는 대동강 얼음이 풀린다는 우수(雨水)였다. 24절기는 양력이니까 우수가 음력으로는 설에 해당된다. 어민들에게는 사리와 조금을 불러오는 달의 움직임이 중요해 음력이 필요했다. 농사에는 태양의 변화가 식물을 살리고 죽이는 것이어서 양력 절기가 필요했다. 선조들은 음양을 다 보고 살았다.
중국에서 설을 춘지에(春節)라고 하는걸 보면 설날은 음력으로 새해의 시작만이 아니고 새봄의 시작으로 이해한거다. 15일 뒤 정원대보름에 논두렁을 태워 해충의 알을 죽이고 부럼을 깨고 오곡밥과 갖가지 마른 나물로 영양을 보충하는 것은 농사일을 준비하는 거다. 농촌에서는 이때부터 호미와 쟁기를 광에서 내다 씻는다. 어른들은 보름달을 보며 풍년과 가족건강을 빌고 아이들은 보름달을 보며 짚단을 태운다. 청년들은 물건너 마을 또래와 돌팔매질을 하며 겨우내 굳은 근육을 푼다. 격해지면 패싸움으로 번지기도 했지만..
봄은 본다(見)의 명사형이다. 여름이 열매가 열린다(果)의 명사이듯이. 우리는 매화 복사꽃 배꽃 앵두꽃등 빨갛고 새하얀 봄꽃이 화사하게 만개하는 것을 보아야 봄을 느낀다. 파릇파릇 나뭇가지에 새순을 보고서야 봄을 안다. 기차길 위 너울대는 아지랑이를 보고서야 나른한 봄날을 느낀다. 들에서 냉이나 쑥을 뜯는 아낙네의 연분홍 치마를 보고서야 춘흥이 인다.
영어의 봄은 spring이다. 뛰어오른다는 용약, 약동의 의미다. 어원인 sprin을 쓰는 sprite(확쏘는 탄산음료) sprinter(단거리 육상선수) sprinkle(흩뿌리다)등이 같은 계통이며 진통제인 a-spirin은 심장이 이상하게 뛰는 것을 방지하는(anti) 약이다.
서양은 얼었던 땅을 뜷고 나오는 새싹이나 앙상한 나뭇가지에 움이 트는 움직임을 봄이라했고 우리는 그 싹이나 꽃을 보고서야 봄을 느꼈다. 서양은 자신과 상관없이 자연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계절의 변화로 보았고 우리는 그 변화를 스스로 느껴야 계절이 바뀐 것으로 알았다. 튀는 것보다 보는 것은 수동적이다. 봄은 대지가 기지개를 켜고 얼음시냇물이 졸졸 흘러내리고 새순과 싹이 쏙쏙 돋아나듯 역동적이기도 하지만 따뜻한 대청마루의 오후처럼 나른하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봄을 맞았다. 집권3년차를 시작했다. 국정이 어느 때고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지만 내외의 상황이 심각하다. 새봄을 맞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홍보 수석등이 바뀌고 국정원장도 교체됐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비정규직 불안심리, 담배값 대폭 인상 등으로 노인, 서민층이 이반돼 지지율이 바닥이다.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눈앞이라 농어민의 불안도 지지율하락에 일조했을 것이다. 극한 보수의 일본 아베정권은 헌법 자의해석으로 해외파병의 길을 열어놓았고 중국은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할까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어느 쪽도 소홀할 수가 없다. 먼저는 안보다. 남북관계가 좋아져야 경제도 훈훈해진다. ‘통일대박’을 위해서라면 주변 돌아가는 걸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러시아도 만나야한다. 남북도 만나야한다. 핵보유국인 북한을 흡수 통일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세계9번째 핵보유국이다. 교류가 곧 통일의 시작이다. 전 세계의 해결사노릇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아직 2년여의 임기가 남아 다행이다. 박대통령이 반 총장의 입지를 활용해 얼어붙었던 남북 간의 물꼬를 트기를 기대해본다. 통일준비가 너무 길다. 한걸음 내디뎌 한반도에 진정한 새봄을 맞을 일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