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악(驚愕)과 테러

    칼럼 / 남영진 / 2015-03-08 11: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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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영진 감사협회 고문
    지난6일은 24절기로 초봄에 해당하는 경칩(驚蟄). 개구리가 겨울잠을 자다(蟄) 바깥이 따뜻해져 놀라서(驚) 땅위로 튀어 오른단다. 겨울잠(冬眠)을 자는(蟄) 곰 다람쥐도 있는데 어떻게 개구리라고 생각할까. 중국인들은 양서류, 파충류인 개구리(蝸) 두꺼비(蟾) 뱀(蛇)등 모두 곤충류로 보았다.

    당연히 칩거(蟄居)하는 건 곤충인 개구리라고 본 것이다. 놀라서(驚) 튀어나온다는데 봄의 묘미가 있다. 우리 속요에도 “봄볕에 졸던 시골처녀 뒷마당에 오줌을 싸니, 깜짝 놀란 개구리가 오늘의 소낙비는 왜 이리 뜨겁노”라고 읊었다.

    절기에 동물을 떠올린 것도 경칩 하나다. 보름 뒤 3월21일은 초등학교 때부터 외우던 낮 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춘분. 4월엔 청명 곡우이어 5월초면 벌써 입하다.

    낮이 가장 긴 6월 22일 하지. 당연 9월21일 추분 거쳐 12월22일 밤이 가장 긴 동지. 이렇게 양력으로 외어놓고도 왜 절기를 음력으로 알고 있었을까. 선생님이나 어른들도 잘 몰랐을 수도 있고 설명을 해주어도 별 필요 없으니 신경을 안 썼을 수도 있다. 농사에 쓰이는 절기가 중요치 않았을 거다. 설날 정월대보름 단오 칠석 유두 백중 추석 등 큰 명절과 세시풍속이 다 음력이었으니 같은 두자를 엮어 만든 절기도 음력으로 생각했다. 그만치 선입견이 무서운 거다. 우리가 지금 쓰는 서기는 양력으로 근대이후 서양에서 들여왔으니. 나일강과 메소포타미아지방의 양력이 로마의 그레고리안력으로 정착됐다. 우리는 중국의 음력을 써왔으니 당연 한자로 표현된 절기도 음력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놀랄 경자는 경칩 외에도 경황(驚惶:놀라고 당황함) 경악(정말 악소리날 정도로 놀람)을 거쳐 시세말로 애처가 윗 단계인 경처가(驚妻家), 물경(勿驚:놀라지마시라!) 경천동지(驚天動地:하늘이 놀라고 땅이 흔들림)등에 두루 쓰인다. 경악은 노르웨이 조각가 뭉크의 ‘절규’(絶叫)에서 표현된 공포보다 더 공포스럽다.

    어떤 상황에 순간 전율(戰慄)한다. 이어 절규는 놀라 찢어질 듯이 소리를 지른다면 경악은 악소리를 크게 내지르지도 못할 숨막힐 상황을 표현한다.

    봄의 전령인 경칩전날 세종회관에서 김기중이 리퍼트 주한미대사를 과도로 찌른 tv특보를 보고 경악했다. 개구리가 놀라 튀듯이 몹시 놀랐다. 대장용종시술후 병상에서 빨간색의 ‘뉴스특보’라는 자막을 봤다. 특보는 나쁜 뉴스가 많아 예감이 안좋다. 아니나다를까 미국대사가 세종회관행사장에서 괴한에게 칼질을 당해 중상이라는 거다. 피를 흘리며 강북삼성병원서 응급처치로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속보. 일단 안도의 한숨, 불행중 다행이다.

    다른 환자들도 수근대기 시작했다. 한미연합 키졸브훈련이 시작돼 북한관련성이 먼저 머리에 떠오른다. 훈련시작전 동해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선제공격 운운’등 가만 안있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으니 먼저 생각난다. 근데 병실 한쪽에선 “북한놈들이 그래도 미국대사를 직접 공격하지는 못할거야. 어떤 미친놈 아냐?” 고 한다. 본인에겐 안됐지만 좀 안심이 됐다.

    곧이어 밤까지 속보가 이어진다. 김씨가 2002년 일본대사에게 돌을 던져 집행유예를 받은 전과가 밝혀져 개인적 일탈행위로 봤다. 우리 언론들은 행사주최인 민화협 소속 시민사회단체 대표로 북한 개성에 나무심기행사로 6-7번 다녀왔다며 종북혐의를 강하게 풍겼다.

    중동을 방문중인 박근혜대통령도 담날 ‘백주대낮에 테러’라고 유감을 표명하고 배후수사를 지시했다. 오히려 미국정부는 한미동맹관계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며 리퍼트대사 자신은 가족소식을 전하며 담담했다. 세브란스병원의 의료진들이 기자브리핑에서 수술경과와 건강이 양호하다며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웠다. 자칫하면 터질 수 있는 불안한 한반도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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