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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영진 한국감사협회 고문 |
촌철살인이었다. 좀 몸이 나빠지면 바로 병원에 가고 조제한 약을 먹고 여기에 몸보신용 음식을 먹고 나아가 비타민제를 비롯한 건강식품을 찾는다.
50살이 넘어 친구들과 여행하다보면 누구든 아침이면 약봉지를 든다. 눈이 침침한 게 먼저다. 명함을 주면 안경을 끼건 안끼건 명함을 멀찌감치 본다. 화제가 직장, 가정, 건강이다. 환갑을 넘으면 거의 건강과 병, 아이들 결혼과 손자 손녀 이야기다. 대개 비만 고지질증 고혈압 통풍 당뇨등 지병을 한 두 개씩 갖고 있고 어느 병원과 어떤 약을 쓰고 어떤 운동으로 컨디션 조절을 하는지에 대해 정보를 교환한다. 여기에 꼭 건강식품이 따라붙는다.
백수오 파동 이야기다. 여기엔 우리나라 건강식품과 보약의 제조, 유통, 경제, 상거래관행등 모든 게 들어있다. 백수오가 매스컴을 탄게 오래 안됐다. 우리같이 젊은 대머리는 머리칼에 관해서는 귀를 쫑긋거린다. 백수오는 잘 모르지만 ‘하수오’(何鬚烏)는 들어봤다. 이 보약을 먹으면 머리털이 날뿐 아니라 백발이 검어진다고 해서 “어떻게 수염이 검어졌느냐?”라고 물어본다는 뜻이다. 한약방이나 쓰는 것이니 생각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나오는 하수오가 백하수오인 모양이다. 백하수오와 비슷한 적하수오가 있는데 이는 덩굴식물로 별로 약효가 없고 뿌리가 비슷하게 생긴게 오히려 이엽우피소다. 박주가리과의 식물인 하수오뿌리는 한방에선 산삼, 구기자와 함께 3대 약초라고 할 정도로 귀한 약재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황해도에서 나는데 이제 자연산은 거의 없단다. 200년 이상 묵은 뿌리는 1억원을 호가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백수오니 이웃사촌인 이엽우피소등 한약방이나 중국 고사에 나오는 말 같아 별로 신경을 안썼다. 그런데 백하수오 제품이 홈쇼핑의 인기품목이어서 갱년기 장애를 겪는 아주머니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50쯤에 여자들은 갱년기 현상으로 안면홍조 불면 우울증 등을 앓는 분들이 있는데 부인과병원에 가면 대개 여성 호르몬제를 처방해준다. 이 호르몬제도 장기복용하면 부작용을 겪는 이들이 있어 내추럴엔도텍이라는 회사의 백수오 제품이 인기를 끌었던 거 같다.
인기가 있으니 대량 재배를 한거다. 산삼을 재배한 것이 인삼이고 인삼보다 효능을 더 한 것이 산삼씨를 산에 뿌려 키운 산양삼이고 산삼을 다시 심어 기른 것이 장뇌다. 이젠 왠만 하면 10년 산삼은 술 먹기전 보양식으로 씹어 먹기도 하고 장뇌와 산양삼은 옛날 인삼정도의 약재가 됐다. 아직도 심마니가 강원도 산골에서 캐는 몇 백년 묵은 산삼은 몇 천만원을 호가하지만 그건 일부 부유층의 독점물이란다.
인삼도 정부가 담배인삼공사로 독점할 때도 있었는데 이젠 강화 금산삼 외에도 풍기삼 옥천 영동등 왠만한 산지에서는 다 난다. 하기야 사삼(沙蔘)이라 불리는 더덕도 대량 재배되고 도라지는 산지 텃밭에는 보랏빛 꽃이 예뻐 관상용으로도 심으니 산삼이 인삼, 인삼이 더덕, 더덕이 도라지, 도라지는 강화도 순무정도의 대접을 받는다. 진짜 요즘 더덕이나 도라지를 먹어보면 예전의 쌉싸라한 맛이 없고 매운 무 정도의 맛이난다.
오히려 만주에서 많이 재배되는 중국산이 들어와 금산판매센터에서도 중국산도 많이 팔리고 수출시장에서도 미국산이나 캐나다산등이 더 많이 장악해 우리 고려삼은 효능은 인정받지만 큰 나라의 대량생산에 밀려 생산비용이 비싸 경쟁력이 약화됐다. 정관장의 엑기스나 절편, 그리고 인삼주정도나 경쟁력이 있을까 비행기로 씨와 약을 뿌리는 미국 중국 캐나다와는 경쟁이 안된다.
한의사협회가 이 백수오제품에 이엽우피소 성분이 들어있다고 정부 식약청이나 보건당국에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당국은 일단 인삼 녹용 감초 계피 구기자등 효능이 일반화되어있는 제품은 제품허가를 내주면 별도로 정기검사를 안하는 모양이다. 하기야 그 많은 약제를 일일이 수시로 검사할 수 없으니 말썽이 안나면 가만 있는게 우리 당국의 관행이기도 하다. 미적미적 끌다가 결국 이엽우피소가 일부 들어갔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약의 부작용까지 전해져 흉흉해졌다.
근데 이게 주식시장부터 터졌다. 2013년 10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거의 시장을 선도해오던 유망주였는데 주식이 폭락하면서 대주주는 물론 개미군단까지 큰 손해를 봤다. 이어 홈쇼핑에 환불소동이 일었다. 연매출 1,240억원 중 80%에 달하는 940억원 어치를 6개 홈쇼핑을 통해 판매했는데 아직 확실한 규정이 없어 NS홈쇼핑 외엔 전액환불을 해 줄수 없다는 거다. 정부도 우왕좌왕, 주식도 폭락, 소비자도 난리.
이 약을 먹은 아줌마들이 뿔났다. 플라시보 효과도 있겠지만 먹어본 사람이 효과를 봤다는 말을 들었다. 이런 상황이니 배신감도 들고 찝찝하기도 하다.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한 약재나 식품은 좀 더 세밀한 규정과 감시를 했으면 한다. 이런 사건이 터지면 언제나 작은 돈이라도 벌어보려는 소액주주들은 목이 매인다. 제일 피해자는 이 땅의 엄마들이다. 가정의 달, 어버이날 앞에 터져 더 이상 피해가 확산되지 않은 점을 위로삼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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