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시민들에게 경찰관의 역할이란

    기고 / 김영재 / 2015-05-21 13: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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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재
    인천서부경찰서 청라국제도시지구대

    112신고 출동 시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함은 모든 지역경찰관들이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범죄 연관성이 있는 사건들 못지않게 ‘옆집에서 나오는 담배냄새 때문에 힘들다’, ‘공원에서 누군가 술을 마시고 있다’등의 불편사항이나 공공질서관련 신고나‘택시 승객이 술에 취해 일어나지 않는다’,‘열쇠가 없어 현관문을 열지 못하겠다’등 서비스요청 신고도 많다.

    얼마 전 ‘외롭다, 세상 살기 싫다, 경관과 이야기하고 싶다’라는 신고를 접하고 긴급히 출동한 적이 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혼자 사는 힘들어 보이는 60대 남성이 있었고, 누추하지만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말씀하시며 얘기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집안은 온통 술냄새와 담배냄새로 진동했고, 군에서 전사한 형님이라는 분의 영정사진 그리고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알고 보니 이분은 이미 여러차례 비슷한 신고를 한 적이 있으셨고, 외로움에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하소연을 내려놓은 이력이 많은 분이었다. 전사한 형님을 잊지 못해 매일 형님의 사진을 보며 눈물을 삼키고, 하나 있는 아들은 돈벌이를 위해 지방에 내려가 있어, 홀로 집을 지키며 살고 계셨다.

    함께 출동한 경찰관과 함께 혹시나 나쁜 마음을 갖지는 않으실까 심리상담소를 안내해 드리고, 노인요양원에 대해 궁금해 하시길래 요양원 등록 절차 및 자격요건 등을 알아봐 드리고, 형님의 유공에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신 듯 보였다.
    사실 우리 지역경찰관은 제한된 인원과 순찰차로 계속되는 신고출동 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여유롭게 신고자의 상담자가 되는 것이 쉽지 않다. 술, 담배를 자제하시고 건강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나오는데, 그 분께서는 거듭 감사함을 표현하셨다. 앞으로 술, 담배 줄이고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이야기 들어줘서 정말 고맙다고.

    지구대로 그분께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형님의 유공을 인정받아 국방부에서 임대아파트를 제공받게 되어 타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그동안 출동 나와서 이야기 들어주고 상담해주고 해서 감사드린다고 말이다.

    이런 분들이 경찰관을 요청하는 이유는 경찰이 든든하고 믿음직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야기를 나누고 상담받는 과정에서 용기를 많이 얻을 것이다. 현장 출동 경찰관이 모든 방면에 만능이 될 수는 없겠지만, 진심을 다해 경청하는 자세만으로도 도움이 되고 힘이 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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