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세월호 참사후 자살' 前단원고 교감 "순직 불인정"

    사건/사고 / 이지수 / 2015-05-21 17: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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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책감·죄책감 때문···" 원고 패소 판결

    [시민일보=이지수 기자]법원이 세월호 참사 직후 구조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강민규 전 단원교 교감에 대해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이승한)는 21일 강 전 교감의 부인 이 모씨가 인사혁신처(당시 안전행정부)를 상대로 "남편의 순직을 인정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생존자 증후군이 자살 결심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맞지만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강 전 교감은 수학여행이라는 공무를 수행하다가 숨졌지만 현행법이 정한 순직공무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순직 인정 조건으로 ▲생명·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위해를 입었을 것 ▲위해가 직접적 원인이 돼 사망했을 것을 순직 인정 요건으로 전제하면서 "공무원연금법상 순직 공무원에 해당하기 위해선 공무원이 공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한 것만으론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강 전 교감이 세월호 사고 후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생존자 증후군)를 겪다가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강 전 교감이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작업을 하다가 자살을 결의할 정도의 생존자 증후군을 입게 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강 전 교감의 생존자 증후군은) 구조작업 종료 후 세월호 사고 생존자로서 받은 정신적 충격과 수학여행 인솔책임자로서의 자책감·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판단했다.

    앞서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과 함께 배에 탔다가 구조된 강 전 교감은 참사 이틀 뒤인 지난해 4월18일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 뒤편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가족과 학교, 학생, 교육청, 학부모 모두에게 미안하다", "죽으면 화장해 (여객선이) 침몰된 바다에 뿌려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는 내용이 적혔다.

    강 전 교감은 참사 당시 저혈당 쇼크로 의식을 잃기 전까지 20여명의 승객들을 구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 전 교감은 이후 구조돼 의식을 찾았지만 경찰 조사를 거치고 단원고 학생들의 주검이 수습되는 장면을 보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교감의 아내인 이씨는 지난해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강 전 교감의 순직을 인정해달라며 순직유족급여 청구를 했다.

    인사혁신처는 그러나 같은 해 7월 "(세월호 참사로 인해) 강 전 교감이 입은 정신적·신체적 위해와 사망 사이에 직접적 연관이 없다"며 이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강 전 교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점이 주요한 기각 이유였다.

    이에 강 전 교감의 아내 이씨는 인사혁신처 처분에 불복해 같은 해 8월 이 사건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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