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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종옥 |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일찍 먹고 시청 뒤 중앙공원을 산책하면 몸에 활력이 생긴다. 특히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다가 지면 아카시아가 만발하고 초여름인 요즘에는 밤 꽃 향기가 가득하다. 그러나 금년에는 이런 꽃들에게 어떤 허전한 게 있다.
지난 주말에는 경기도청에서 운영하는 물향기수목원에 다녀왔는데 그곳에는 버찌가 나무마다 새카맣게 달려 있어서 지나가다가 옛날 생각이 나 몇 알 따먹어 보았다.
그러나 중앙공원에 있는 벚나무는 물향기수목원 벚나무와 달리 버찌가 거의 달려 있지 않았다. 최근 모두 져버린 아카시아나무에는 열매 깍지가 거의 보이지 않고, 살구나무와 복숭아 나무에는 온전히 달려 있는 열매는 몇 알 되지 않고 작은 열매 대부분이 떨어져 있다.
그러고 보니 밤 꽃이 피는 요즘에 날아다니는 벌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옛날에 꽃이 피어 있을 때에는 벌 날개짓 소리가 아우성치듯 들렸었는데 그 많던 벌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2007년 미국에서 벌 개체수 3분의1이 원인 모르게 사라지는 비상사태가 발생한 이후 유사한 사태가 세계적으로 발생하였다. 국내에서도 2010년경 꿀벌의 구제역으로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이 전국을 휩쓴 후 국내 토종벌의 약 90%가 폐사하여 멸종 위기를 겪기도 했다. 꿀벌들이 이렇게 수난을 겪는 것에 대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고 있으며, 지구온난화, 전자파등에 의한 군집붕괴(CCD), 바이러스, 살충제등에 의한 영향등으로 추정만 하고 있다.
벌들은 지구에 생물이 생긴 이후로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짝짓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왔다. 인류 식량의 3분의1이 곤충의 수분활동으로 생산되며 그런 역할을 하는 곤충의 80%가 꿀벌이다. 만약 꿀벌이 멸종한다면 식량 대란이 일어나고, 생태계에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과거에는 양봉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최근들어 수지가 맞지 않아 양봉업자도 크게 감소하면서 환경요인과 더불어 꿀벌 감소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양봉을 환경 개선을 목표로 하는 공익사업으로 지정하여 정부가 지원하여야 한다. 서울이나 대전등에서는 이미 관공서나 공공건물 옥상에 양봉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도시 양봉은 전세계적 추세다
꿀벌이 많아지면 벌을 먹는 곤충도 늘어나고, 이 곤충을 먹는 새도 늘어나게 되면서 생태계가 살아난다. 도심에도 벌이 좋아하는 야생화나 생태숲을 조성하고, 벌꿀 소비를 촉진하여 양봉산업을 지원하는 대책도 강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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