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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할머니로 보이는 분이 버스정류장에 앉아 계신다.’는 신고를 받은 것이 07시경, 아직 쌀쌀한 아침 기온에 떨고 계신 할머니를 지구대로 모시고 와 본인의 경찰잠바를 입혀드리고 따듯한 물 한잔을 건네드리는 선배 경찰관이 계셨다. 할머니는 말씀도 잘 못하시고 식사도 못하셨는지 많이 초췌해 보이셨다.
어떻게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드려야 할지 난감한 때, 성함과 출생년도만을 겨우 알아내어 주민조회를 시작했다. 주소지가 부평구 동암 관할 지역으로 나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암지구대로 연락해 그곳 근무자와 연락해 보니, 성함과 출생년도가 일치하는 미귀가자 신고가 있었고, 신고자인 할머니의 며느리 분이 지구대 내에 계셨다. “인천 서구 청라지구대에 할머님을 모시고 있으니 이쪽으로 오셔서 만나세요”라는 선배 경찰관의 통화음성은 며느리께는 안도와 감동의 목소리였을 것이다.
동료 경찰관으로서, 또 시민의 입장에서 선배 경찰관의 침착함과 상냥함에 감동과 존경심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며느리께서 얼굴에 비지땀을 흘리시며 지구대에 들어오셨다. 얼마나 찾으셨던 것인지 할머니를 뵙고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하셨다. 신발도 없으셨던 할머니의 신발을 사러 다녀오신다 하시고 감사드린다며 음료수 두 박스를 사오셨다. 극구 사양했지만 꼭 받아달라고 하셔서 음료수 박스는 결국 청문감사실 ‘포돌이 양심방’으로 전달되었다.
청렴이란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할지 생각해 본 적이 많았다. 하지만 청렴이란 멀리 있지도, 어렵지도 않다는 것을 선배 경찰관의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경찰이기에 할 수 있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는 것이지 무얼 바란다는 것은 ‘청렴’과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묵묵히 경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그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며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 그것이 ‘청렴’의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길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으며, 그 선택은 결코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옳은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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