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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성 |
인간은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일시적으로 우위를 얻은 것처럼 보이지만 둘 간의 시소게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과거 여러 문명을 강타한 전염병이 오늘날 재차 다른 형태로 닥친다면 지구의 종말이 온 것처럼 느낄 수도 있습니다. 감염증은 때로 전염병과 동의어로 쓰이기도 하지만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전염병은 감염증에서도 전염력이 강해 소수의 병원체로도 쉽게 감염되는 질병을 말한다고 합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전염병은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을 죽이며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전염병은 사회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기까지 했습니다.
역사에서도 고대 그리스 시대에 전염병은 파괴적인 힘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아테네가 이끌던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가 이끌던 펠로폰네소스 동맹 간의 싸움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한창이던 BC 430년 아테네에서 처음으로 발병한 아테네 역병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역병은 BC 429년, 그리고 BC 427년에 걸쳐 2번 더 유행했는데, 이 역병으로 당시 아테네 군인과 민간인 4분의 1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환자는 고열, 장기의 충혈, 염증, 흉통, 구토, 궤양 등의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살아남아도 손가락이나 발가락 절단, 기억상실 등의 후유증을 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쟁 초기 아테네의 전력은 스파르타보다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병의 창궐로 인해 전력이 크게 약해진 아테네는 결국 스파르타가 중심이 된 펠로폰네소스 동맹에 패전하게 되었습니다. 전염병이 전쟁의 향방까지 바꾸어버린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아테네 역병이 정확히 어떤 병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시 환자의 증상을 묘사한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기록이나 최근 이루어진 희생자 유골에 대한 정밀조사에 따르면 장티푸스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역사속엔 교훈이 숨어있습니다. 과거 사실에 집착하자는게 아니고 과거사실(역사)에서 교훈을 찾아내어 미래를 대비하자는 것입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이 있습니다. 옛 것을 배워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 즉, 지나간 과거로부터 미래를 준비하는 깨달음을 얻는다는 말입니다. 역사는 또 반면교사입니다. 과거에 실패한 경험을 뒤 돌아보고 앞으로는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됩니다. 역사는 단순히 ‘지난일’이 아니라 ‘미래를 이끄는 힘입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미래를 설계하고 또 다시 실패하지 않는 대비책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는 한낱 지난 일을 기록한 고문서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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