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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엽, Organic Drawing 展 '몸의 풍경' |
펜화작가로 잘 알려진 이동엽의 개인전이 오는 30일까지 을지로 롯데호텔갤러리에서 열린다.
“저의 작업은 각 신경 조직체가 분해됐다가 다시 하나의 유기체로 변화하는 과정인데요. 먹과 잉크를 활용해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제 작업이 시각적으로 독특하다보니 미디어를 활용한 영상작업으로 풀어낸 경우도 있었는데요. 그때 보신 분들 중에선 ‘이 작업으로 도대체 뭘 보여주려 하느냐’고 묻는 일도 있었어요"
인간의 몸은 생물학적, 화학적으로 각 세포와 조직들이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적 구조들과 매우 흡사하다. 이동엽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긴밀한 유기적 관계를 이루고 있는지를 섬세한 펜 작업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그가 갖고 있는 생명에 대한 경외감의 회화적 표현이기도 하다.
작업은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출발한다. 그는 인체 단위를 세포로 쪼개 조합하거나 변형하는 방법으로 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유기체'를 구현하고 있으며, 뼈와 피를 포함한 인체를 이루고 있는 각 기관들은 작가의 작품 안에서 무한히 분열하고 또 확장한다.
"초기작은 추상적인 형태였는데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춘 생물의 형상을 하고 있죠. 제 조형의 기본단위는 뼈입니다. 저는 셀(Cell)이라고 부르는데요. 각 셀들이 주변 셀(cell)과 네트워킹을 통해 끝없이 확장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어요. 작업 자체가 펜으로 선 하나하나를 그려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을 필요로 합니다.
그는 작업을 하면서 수용성 잉크와 먹을 사용하기에 마르는 시간 동안의 변화를 잘 관찰하고 중간중간 또 다른 추가적 표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작업을 시작하면 오래 시간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작품들은 다음의 전시를 위해 작업실 한 쪽에 기대어 서있고 누군가의 소장품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한 가지 스타일이나 당시 유행에 민감한 작품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오늘도 내일도 저의 작업은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시도하고 창의적으로 변화하는 작가로 남아야죠. 그것이 내가 작가로서 해야 할 책임과 의무 아닐까요?"
그가 말하는 ‘유기체’의 네트워크는 곧 의식의 흐름이다. 살아있는 형태이며,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는, 스스로 진화하며 우리를 새롭고 낯선 곳으로 안내하고 있는 이동엽 작가의 소통과 닮아 있다.
전시 및 작품문의는 롯데호텔갤러리(02-745-0180)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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