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더는 실망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
30일 오후 5시 소나기가 그친 서울 장충동 동국대 캠퍼스에 50여명이 줄지어 모였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하얀 깃발을 든 남성이 무리의 선두에 섰다. 얇은 펜으로 그린 한 남학생의 그림이 검은 액자에 담겨 옆자리를 지켰다. 50여명은 저마다 가슴에는 하얀색 리본을 달았다.
영정 사진을 대신한 그림을 앞세우고 무리는 캠퍼스 구석구석을 느리게 걸었다. 그림이 동국대 캠퍼스의 곳곳을 눈에 담을 동안 50여명은 고개를 숙였다. 1시간여가 지났고 동국대 캠퍼스에는 22번의 종소리가 울렸다. 지난 25일 구파발 검문소에서 발생한 총기사고로 세상을 떠난 박세원(21) 상경의 한국 나이와 같은 횟수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추모식은 캠퍼스 내 한 공원에서 열렸다. 50여명은 자리를 잡고 간이 무대 옆 조그맣게 설치된 스크린을 흐르는 추모영상을 봤다. 영상 속 누군가가 묻는다. '필요한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나?' 박 상경은 환하게 웃었다.
"필요한 사람보다 실망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게 범주가 더 크잖아. 그건 나 자신한테도 실망하지 않는다는 거니까.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실망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고. 보통만 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촛불들이 하나둘 켜졌다. 박 상경의 학우들이 하나 둘 나서 박 상경을 추억했다. "가족과 같은 친구였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저희를 새로운 가족처럼 여겨주세요." "너로 인해 나의, 우리의 1학년이 너무나 빛날 수 있었어."
흐느끼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추모식을 함께한 홍윤기 동국대 교수는 "경찰이 총을 장난으로 관리했다는 걸 듣고 이건 축소판 세월호 참사라고 생각했다. 박종철 사건 이래 최고의 경찰 치부 사건"이라고 말했다. "여러분은 인생에 큰 숙제를 안게 됐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가 못다 한 삶이라고 생각하고 존엄스럽고 아름답게 살도록 다짐하자"고도 했다.
김광석의 '부치지 못한 편지'가 추모제를 닫았다.
박 상경은 지난 25일 오후 4시52분께 은평구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 생활관에서 은평경찰서 소속 박모(54) 경위가 쏜 38구경 권총 실탄에 심장을 관통당해 숨졌다. 이날 대전 국립 현충원에 안장됐다.
30일 오후 5시 소나기가 그친 서울 장충동 동국대 캠퍼스에 50여명이 줄지어 모였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하얀 깃발을 든 남성이 무리의 선두에 섰다. 얇은 펜으로 그린 한 남학생의 그림이 검은 액자에 담겨 옆자리를 지켰다. 50여명은 저마다 가슴에는 하얀색 리본을 달았다.
영정 사진을 대신한 그림을 앞세우고 무리는 캠퍼스 구석구석을 느리게 걸었다. 그림이 동국대 캠퍼스의 곳곳을 눈에 담을 동안 50여명은 고개를 숙였다. 1시간여가 지났고 동국대 캠퍼스에는 22번의 종소리가 울렸다. 지난 25일 구파발 검문소에서 발생한 총기사고로 세상을 떠난 박세원(21) 상경의 한국 나이와 같은 횟수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추모식은 캠퍼스 내 한 공원에서 열렸다. 50여명은 자리를 잡고 간이 무대 옆 조그맣게 설치된 스크린을 흐르는 추모영상을 봤다. 영상 속 누군가가 묻는다. '필요한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나?' 박 상경은 환하게 웃었다.
"필요한 사람보다 실망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게 범주가 더 크잖아. 그건 나 자신한테도 실망하지 않는다는 거니까.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실망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고. 보통만 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촛불들이 하나둘 켜졌다. 박 상경의 학우들이 하나 둘 나서 박 상경을 추억했다. "가족과 같은 친구였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저희를 새로운 가족처럼 여겨주세요." "너로 인해 나의, 우리의 1학년이 너무나 빛날 수 있었어."
흐느끼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추모식을 함께한 홍윤기 동국대 교수는 "경찰이 총을 장난으로 관리했다는 걸 듣고 이건 축소판 세월호 참사라고 생각했다. 박종철 사건 이래 최고의 경찰 치부 사건"이라고 말했다. "여러분은 인생에 큰 숙제를 안게 됐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가 못다 한 삶이라고 생각하고 존엄스럽고 아름답게 살도록 다짐하자"고도 했다.
김광석의 '부치지 못한 편지'가 추모제를 닫았다.
박 상경은 지난 25일 오후 4시52분께 은평구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 생활관에서 은평경찰서 소속 박모(54) 경위가 쏜 38구경 권총 실탄에 심장을 관통당해 숨졌다. 이날 대전 국립 현충원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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