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탈당은 정치초년생의 최악의 선택이었다.

    칼럼 / 이기문 / 2015-12-23 18: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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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문 변호사
    ▲ 이기문 변호사
    신민주연합당 시절이었다. 정주영의 통일국민당이 창당되어 민주자유당과 1992년 맞붙었다. 예상대로 14대 총선은 야권의 참패였다. 민자당은 149석, 신민주연합당 97석, 국민당 31석의 결과를 낳았다. 당시 정주영회장은 자신의 기업이미지를 한껏 자랑하던 시절이었고, 자신이 대통령 출마를 위하여 야권의 분열을 감행했다. 그러나 분열된 야권은 여당을 이기지 못했다. 그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는 15대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한국당 138석, 새정치국민회의 79석, 자유민주연합 50석, 기타 31석으로 나타났다.

    과거의 총선 사례를 언급하는 이유는 분열된 야권을 가지고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안철수는 2011년 무소속 서울시장 출마를 앞두고 안철수 현상의 수혜자였다. 그의 지지가 50%를 넘어섰다. 새 정치에 대한 열망 때문에 온 일시적 현상이었다. 신기루였다는 말이다.

    그 후 안철수는 당시 김종인 전 수석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을 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그의 편견 때문이었다. 이 편견이 김종인으로 하여금 안철수 지지에서 박근혜 지지 쪽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2015년이 되기까지 안철수는 수 없는 변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의 지도자로서의 강인한 의지나 신념 등은 국민들에게 보여 지지 않았다. 이번 새정치 민주 연합당을 탈당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안철수로서는 자신과 김한길의원이 만든 정당이므로, 이 정당을 탈당하는 일은 재고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안철수의 탈당은 정치 초년생의 최악의 선택지였다. 안철수는 개헌저지선인 101석의 의석을 총선에서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말이지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위에서 본 14대와 15대 총선은 그만두더라도, 18대 총선을 살펴보면 분열된 야당이 서울에서 얻은 의석이 8석(문국현의원 포함)인 점을 살펴보아야 한다. 분열된 야당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패배뿐이다.

    우리 정치사에서 제 3당으로 성공한 예가 있다면 김종필의 자유민주연합이 50석을 얻은 15대 총선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김종필 전 총리는 당시 충청의 맹주였기에 그마나 50석을 얻을 수 있었고, 그것도 지역주의에 기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안철수에게는 그를 받쳐 줄 지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안철수 현상은 그야말로 신기루에 불과했다. 새 정치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맹목적인 지지로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이제 안철수의 국회 입성 이후의 그의 행보를 보고 들은 국민들이 2011년의 신기루 현상을 다시 자아낼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의 참모인 문병호의 정치현상분석 능력도 아주 조악하다. 그의 예언은 아무런 근거도 없다. 도대체 분열된 야당이 승리할 수 있다는 근거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중도신당은 가능하지도 않다. 유승민이 새누리당에서 탈당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정운찬전총리가 지금의 안철수 당에 입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권후보자가 대가 없이 입당하는 것을 본일이 있는가? 김부겸의 합류도 상상할 수 없다. 그는 대구에서 승부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새로운 안철수 당에서 김부겸이 출마를 하는 일은 대구시민들의 정서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박영선은 그의 비대위원장 시절의 철없는 행보가 발목을 잡을 것이다. 한상진교수와 그의 갈등은 결코 국민들이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이 총선이든 대선이든 선거에서 이기려면 연대든, 후보단일화든 하나로 합치는 수밖에 없다. 호남은 호남 지역당을 선호하지 않으며, 전국정당을 선호하게 되어 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재통합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1당인 새누리당과 2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싸움이 20대 총선의 대결구도가 될 것이다. 선거에서 2등은 필요 없다. 더욱이 3등은 더욱 필요 없다. 여당의 김무성 대표가 180석 승리를 호언하는 것은 야당이 분열되어 있을 경우 여당이 누릴 수 있는 반사이익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안철수의 탈당 후의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안철수의 독설은 그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의 인격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었을 뿐이다. 정치인으로서의 대인의 풍모가 없는 이야기이다. 정치는 이미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는 자신의 인격의 무게로 하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국민들의 여론이 악화 되더라도, 국민의 여론을 맞아 이를 설득하고 자신의 인격의 무게를 보여주는 정공법의 선택만이 국민의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을 뿐이다. 노무현의 성공이나 김대중의 성공은 그와 같은 악화된 여론 속에 한 송이의 연꽃으로 피어난 경우들이다. 안철수의 탈당선택은 그의 조급함을 드러낸 초년 정치인의 선택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를 따르는 일련의 무리들은 책사수준이 아니라 생존 선택을 위한 몸부림 수준의 부화뇌동이라고 할 수 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정치의 위대한 리더십의 창출이 이처럼 어려운 일인가를 느낀다. 절망적이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무게를 따라 움직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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