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은 급진개혁정당이 되라

    칼럼 / 공희준 / 2016-08-27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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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희준 정치컨설턴트
    ▲ 공희준 정치컨설턴트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제3지대에서 만나 새로운 중도개혁신당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의견과 제안이 여의도 안팎에서 빈번하게 들려오고 있다.

    중도개혁신당 창당을 외치는 인사들은 보통은 두 가지 명제에 입각해 움직이기 일쑤다. 첫 번째 명제는 친박세력이 주도하는 현재의 새누리당은 극우 보수정당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명제는 첫 번째 명제와 동전의 양면관계를 이루는데, 친노세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은 극좌 진보정당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중도개혁신당은 이 양극단을 배제하고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를 묶는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중도개혁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펴고 있는 논리의 대체적 골자다.

    그렇다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중간지대 어디쯤에 위치한다는 중도개혁신당은 과연 어떤 일을 하려는 걸까? 중도개혁신당론자들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극한 대결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것이 주된 임무일 거라고 설명하곤 한다. 한마디로 국회의장 같은 공정한 심판 역할을 맡겠다는 취지다. 정세균 현 국회의장이 아무리 무능하기로서니 사람을 그런 식으로 망신을 주어서야 되겠는가?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역지사지를 해서 필자가 친박 정치인이나 친노세력의 입장에 있다고 가정해본다면 중도개혁신당론자들의 주장처럼 반가운 것도 없다. 왜냐? 중도개혁을 말하는 이들은 새누리당이 보수정당이고, 더불어민주당이 진보정당임을 일단은 인정해주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것은 정치의 기본이다. 그러나 상대를 인정한다는 것은 상대의 실체와 실력을 인정해준다는 의미이지, 상대의 허세와 위선에 제풀에 속아 넘어간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한번 진지하게 물어보자. 전시작전권 환수 무기한 연기와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에서 목격했듯이 국가주권의 핵심적 구성요소인 군사주권을 포기한 새누리당이 진짜 보수정당인가? 집권 여당이었을 당시에 강남을 필두로 전국의 땅값을 천정부지로 폭등시켜 수많은 부동산 졸부들을 양산시킨 더불어민주당이 과연 진정한 진보정당인가? 무엇보다도 중도개혁을 표방하는 순간 안철수가 친노세력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한 근거와 당위성이 그 즉시 허공으로 허무하게 증발하고 만다. 중도개혁은 대한민국에 급진개혁세력이 존재함을 전제하기 마련이고, 안철수와 손학규가 제3지대에서 만나 중도개혁신당의 깃발을 들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급진개혁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가 있는 까닭에서다. 개혁을 게을리 해서 욕먹어야 마땅할 집단을 선명하고 전투적인 급진개혁세력으로 포장해주다니, 더불어민주당의 홍보 담당자들로서는 속으로 쾌재를 부를 노릇이리라.

    대다수 국민들은 이제 새누리당을 보수정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패한 수구정당이라고 여긴다.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과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것이 그 명백한 증거다. 문제는 상당수 국민들이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을 좌파정당이나 진보정당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정치 스타일이 조금 거칠고 과격한 것이 약간 흠이라고 믿는 분위기이다.

    독자들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있다면 미안한 말씀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 좌파정당은 더더욱 아니다. 참여정부가 민심을 잃고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준 근본적 원인은 국민들 눈에 종북좌파로 보인 탓이 아니었다. 구악 뺨치는 신악으로, 즉 전통적 기득권세력인 한나라당에 버금가게 자기들의 편협하고 이기적인 이해관계에만 악착같이 집착하는 신흥 기득권세력의 소굴로 유권자들의 시선에 비쳐졌기 때문이다.

    국민의당과 손학규 진영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를 평범한 서민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진정성 있게 대변하지 않는 낡고 무능한 수구기득권 정당으로 규정하는 데서 자신의 장기적 역할과 생존공간을 모색해야 옳다. 그런데 뜬금없이 중도개혁정당이라니? 이건 더불어민주당의 가슴에 급진개혁정당이라는 영광스러운 훈장을 공짜로 달아주는 전대미문의 이적행위와 다름이 없다. 중도개혁신당론이 더불어민주당에게 항복문서 쓰자는 소리와 마찬가지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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