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현실, 무너지는 기초 질서

    기고 / 김도현 / 2016-09-1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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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부평경찰서 동암지구대
    ▲ 김도현


    치솟는 물가, 초저금리 시대, 청년백수 등 현 시대를 나타내는 수식어들은 긍정적인 단어보단 부정적인 단어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유가 없어진 경쟁적인 생활로 이웃 간 정은 갈수록 줄어들고 서민들은 점차 계산적인 모습을 띄며 생활하고 있다.

    이 때문 일까? 살인, 강도 같은 강력범죄는 줄어들고 무전취식 무임승차 같은 생계형 경범죄는 크게 늘고 있다.

    공공장소 음주 추태, 금연구역 대놓고 흡연, 지하철 공공연한 무임승차 등 작년 한 해 16만건 넘게 적발됐고, 범칙금 규모는 이제 5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범칙금이 가장 많이 부과된 경범죄는 '쓰레기 등 투기'로 전체의 44.7%나 차지했고 뒤이어 '음주 소란'이 15%를 차지했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무전취식과 무임승차, 음주 소란, 광고물 무단 부착과 오물투기 등이 많이 적발된 대표적인 경범죄이다.

    무조건 먹고 보자거나 소상인을 대상으로 소액 물건을 훔치는 서민형 경범죄는 주로 경기침체 끝자락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저소득층의 생활 형편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이다.

    경범죄의 특성상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실제 발생한 범죄는 경찰 추산을 훨씬 뛰어 넘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필자가 근무하는 지구대의 112신고를 보더라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강력범죄 보단 음주소란이나 영업방해, 택시 요금 시비, 음식값 지불 문제 등 약간의 여유를 가지면 해결되는 사소한 신고가 더 많다.

    생계형 범죄의 범인들은 상당수가 일정한 수입이 없어 의식주 해결마저 힘겨운 사회적 약자나 빈곤층이 대부분이고, 어떤 계획적인 범의 보다는 생활고에 따른 우발적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경향이 적지 않다.

    물론 생계형이라고 해서 연민을 보이는 것은 절대 아니다. 피해자 대부분 또한 마찬가지로 소상인이고 서민층이다.

    경범죄라고 해서 가벼운 의식으로 저지르며 처벌 수위 또한 매우 낮지만 엄연히 기초질서를 파괴하는 사회에 대한 폭력행위다.

    강력 범죄가 줄어드는 것은 그만큼 경찰의 범죄예방 및 수사 활동이 성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지만 생계형 경범죄 증가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범죄학자 조지 켈링의 깨어진 유리창 이론에 의하면 사소한 범죄라도 방치하면 결국은 더 큰 범죄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더 엄격히 단속하여 기초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

    아울러 더 큰 강력 범죄로 이어 질 수 있는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지역주민들이 기대하는 경찰의 역할로 생각되며 각박한 생활 속 여유 있는 생각과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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