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에 마침표를 찍어라

    칼럼 / 공희준 / 2016-11-06 08: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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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희준 정치컨설턴트
    ▲ 공희준 정치컨설턴트
    “저는 국민들을 속였습니다. 헌법을 심각하게 위반해 나라를 헤어나기 어려운 깊은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여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서 이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평범한 국민으로 돌아갑니다.”

    상상했다. 사실은 솔직히 걱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위와 같은 짤막한 퇴진 성명을 발표하고 대통령직을 자진 하야한 다음 청와대에서 검찰청으로 자발적으로 향하는 꿈같은 사태가 만에 하나 현실에서 벌어질까 봐 말이다.

    하지만 역시나 박근혜는 박근혜였다. 그의 대국민담화는 한마디로 최순실씨를 겨냥해 “네 죄를 내가 알렸다!”라고 대갈하는 투였다. 어쩌면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구실로 “최순실에게 국민도 속았고, 저도 속았습니다”라면서 천연덕스럽게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혹시나 했던 국민들이 역시나 하게 된 순간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름도 거창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 아마도 전이었을 듯하다. 왜냐? 김병준 차기 국무총리 내정자마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관해서 자기도 뉴스 보고 알았다고 기자들에게 실토했을 때 벌써 상황 종료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지금껏 늘 해온 대로 “My Way”를 고집할 건 이미 예고된 것과 진배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문은 후반으로 갈수록 어조가 강해지는 식으로 메시지가 구성되었고, 핵심적 결론은 이야기 말미에 담겨 있었다. 자신이 흔들림 없이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뜻이었다. 야당 일각에서 기대했던 “이선 후퇴” 등의 내용은 전혀 들어 있지 않았다. 그러므로 새누리당은 이정현이나 서청원 부류의 친박 가병들이 당권을 계속 확고히 틀어쥘 테고, 개성공단은 여전히 핏기 없이 멈춰 있을 터이며, 빛의 속도로 우리에게 달려오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시대착오적 부동산 투기 조장 외에는 아무런 미래지향적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경제운영 방식 또한 변함없이 이어지리라.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가 초래한 전대미문의 헌법파괴 사건에, 사상 초유의 엽기적인 국정농단 스캔들에 박 대통령 본인이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과감히 마침표를 찍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는 마침표 대신에 또다시 비겁하고 교묘하게 쉼표만을 찍어가면서 그 어떠한 권력과 권한도 수중에서 내려놓기를 명백히 거부했다. 국정에서 손을 떼라는 야당과 국민들의 일치된 목소리에 드러내놓고 콧방귀를 뀐 셈이다.

    박근혜 정권은 현재의 국가적 위기와 국정 혼란을 효과적으로 수습해 국민들의 분노를 달래고 불안감을 가라앉힐 의지도, 능력도, 자격도 없다.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 위기의 주범이자 혼란의 진원지인 탓이다.

    박 대통령이 마침표를 찍기를 거부했으니 이제는 국민과 야당이 힘을 합쳐 박근혜 정권에 마침표를 찍을 차례다. 이 일에서는 야당들의, 특히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같은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남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얌체처럼 얄밉게 숟가락만 꽂을 심산으로 서울을 벗어나 지방을 전전하며 열심히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문재인은 아예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하겠다.

    관리자는 쉼표를 찍는 사람이고, 지도자는 마침표를 찍는 사람이다. 세종대왕은 글자 없는 백성들의 고통에 마침표를 찍었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조선을 침략한 왜군의 연전연승에 마침표를 찍었으며, 김대중과 김영삼은 30년 넘게 대한민국을 불의와 암흑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군부독재 정권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는 보릿고개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해서 보수세력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안철수와 박원순을 비롯한 야당 정치인들은 박근혜 정권에 마침표를 찍는 데 당장 너나없이 나서야 한다. 박근혜 정권을 하루빨리 끝장내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고, 무너진 나라의 기강을 바로세우고, 나날이 죽어가는 민생경제를 튼튼하게 되살리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정상화시켜 달라는 것이 국민들의 한결같은 염원인 이유에서다.

    마침표가 있어야 새로운 출발도 가능하다. 파렴치하고 정당성 없는 박근혜 정권에 깔끔하게 마침표를 찍고, 국민과 함께하는 위대한 도전과 모험을 시작할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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