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이냐, 법치냐 (1)

    칼럼 / 공희준 / 2016-12-15 17: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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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희준 정치컨설턴트
    ▲ 공희준 정치컨설턴트
    검증된 꽃미남 조인성이냐? 누나들의 로망 박보검이냐? 대한민국 최고의 미남이 누군지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다면 짐작하건대 수백 가지의 다종다양한 대답이 백출할 것이다. 비의 여자 김태희냐? 국민첫사랑 수지냐? 우리나라의 대표 미인에 대한 답변 또한 걷잡을 수 없는 백화제방을 이룰 것이 분명하다.

    허나 남한에 살고 있는 5천만 명의 인구 중에서 가장 약삭빠른 인간을 꼽아보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단박에 국론통일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왜냐? 대한민국에서 가장 약삭빠른 인물은 단연 이명박 전 대통령, 즉 MB일 터이기 때문이다. 만약 MB보다도 더 약삭빠른 인간을 아시면 연락주시기 바란다. 두둑한 거액의 현상금을 드리지는 못할지언정 교통비를 아껴서라도 반드시 후사하도록 하겠다.

    김용태 의원은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 밑에서 기민하게 사회생활을 하며 착실히 경력을 쌓은 다음, 이명박 정권 출범을 계기로 현실 정치에 입문해 성공가도를 질주해왔다.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온갖 패악질을 저지르며 악명을 떨쳐온 아스팔트 보수나, 국가안보와 돈벌이를 직접적으로 동일시하는 [직업이 애국인 사람들] 부류와는 결을 달리하는 인물이다.

    따라서 보수를 참칭하는 한국 기득권세력의 과거의 역사를 알고 싶으면 김기춘을 보면 된다. 그들의 미래의 진로를 전망하길 원한다면 김용태의 앞으로의 행보를 주시하면 된다. 친이세력이 여태껏 용케 살아남은 비결은 그들 나름 미래의 생존에 필요한 투자와 준비를 치밀하게 해온 덕분이다. 반면에 친박들은 과거의 방식과 인맥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다가 최태민의 딸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발목이 잡혀 재기불능의 폐족 신세가 되고 말 처지다.

    김용태의 대중적 인지도는 아직은 그리 높지 못한 편이다. 그럼에도 중앙일보를 필두로 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의 보수언론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부지런히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어주고 있다. 그 이유는 김용태가 보수의 내년 농사를 책임질 88 꿈나무 같은 존재인 데 있다.

    나는 이와 같은 연유로 보수, 아니 대한민국 주류 기득권세력의 88 꿈나무가 박근혜의 새누리당을 선도 탈당하면서 발표한 성명서를 두 번, 세 번에 걸쳐 유심히 읽어 내려갔다. 사실 한 차례만 읽어도 요지를 파악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김용태가 던진 핵심 메시지는 바로 이 한 단어에 강렬하게 농축되어 있었던 탓이다. 법치(法治)!

    아니나 다를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 숫자의 찬성표로 가결됨과 거의 동시에 조중동 3총사는 사설과 기명 칼럼 같은 가동할 수 있는 모든 확성기들을 총동원해 일제히 법치를 부르짖기 시작했다. 마치 법치만 제대로 확립되면 이 나라에 당장 태평성대가 깃들일 것 같은 기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대한민국에 법의 지배가 안정적으로 구현되지 못한 까닭에 최순실 모녀와 그 피붙이들이 활개를 치고, 이재용의 삼성이 서민대중의 피땀으로 조성된 나라의 마지막 곳간인 국민연금에 함부로 손을 대며, 소년급제로 어려서부서 크게 이름을 날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성수석의 행방이 돌연 묘연해진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법치는 국가발전의, 사회진보의 손과 발일 따름이다. 한마디로 수단일 뿐이다. 몸통이 건강해야 손발도 건강한 법이다. 심장과 폐에, 간과 위장에, 그리고 결정적으로 뇌와 척추가 병들었는데 수족이 튼튼할 리가 있겠는가? 물론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고 몸통과 장기는 비정상임에도 팔다리만 극히 멀쩡한 생명체가 하나 있기는 하다. 프랑켄슈타인이라고.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탄생시킨 인격도, 영혼도 없는 괴물 말이다.

    김용태가 탈당 성명서로 동을 뜨고,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뜬금없이 야지를 놓은 것으로 중간결산을 마친 법치파의 주장의 속내를 간단히 요약하면 대한민국을 몸통은 썩어 문드러졌는데 팔다리만 쌩쌩하게 움직이는, 법치라는 이름으로 개명된 프랑켄슈타인으로 개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서원을 개명 전의 원래 호칭인 최순실로 불러주듯이, 나도 법치를 본명으로 불러주고 싶다. 프랑켄슈타인이라고.

    그렇다면 이제부터 우리가 밝혀내야만 할 진실은 저들이 법치라는 이름의 프랑켄슈타인을 황급히 부랴부랴 선보인 의도와 속셈이다.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을 창건한 블라디미르 레닌(1870~1924)은 사회주의 혁명은 제국주의 단계에 도달한 독점 자본주의의 제일 약한 고리인 러시아 제국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했고, 그의 예측은 러시아 10월 혁명을 통해 정확히 적중했다. 그런데 상대방의 가장 약한 고리를 타격하는 전략은 혁명세력의 독점적 전유물만이 아니다. 반혁명세력, 곧 머리에서 발끝까지 낡고 썩은 세상을 모조리 확 뒤집어엎는 근본적인 사회변혁을 억지로 틀어막으려고 획책하는 보수반동 집단 역시 혁명진영의 제일 약한 고리를 공략하면서 본격적 반격에 나서기 마련이다.

    김순덕의 문재인 공격은 문재인파가 2016년 국민혁명의 주동세력이기 때문이 아니다. 실상은 그와는 정반대다. 문재인과 그가 이끄는 친문세력은 국민혁명의 가장 약한 고리다. 쉽게 풀이해 설명하자면 반혁명세력 입장에서는 혁명세력의 전열에서 비교적 이탈시키기 쉬운, 때에 따라서는 반혁명 세력의 일원으로 포섭하고 전향시켜 잘하면 반혁명군의 돌격대 용도로까지 이용할 수 있는 단연 만만한 표적이 다름 아닌 문재인파일 수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대혁명의 불꽃을 강제로 꺼뜨린 신성동맹 체제에서 오스트리아의 재상 메테르니히가 차르의 러시아에게 유럽대륙의 진보를 원천봉쇄하는 ‘유럽의 헌병’ 구실을 위탁했듯이, 한국의 수구기득권 세력은 촛불시위로 폭발적으로 끓어오른 민중의 거대한 혁명적 변화의 에너지를 교묘하게 소진시켜버리는 ‘남한의 헌병’ 역할을 문재인파에게 아웃소싱 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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