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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희준 정치컨설턴트 |
칼 마르크스가 남긴 이 테제처럼 정치에 관련된 이런저런 글들에서 수시로 인용되는 경구도 드물 듯싶다. 마르크스는 나폴레옹 3세가 그의 삼촌인, 또는 삼촌이라고 주장된 나폴레옹 1세의 유지를 계승한다는 핑계로 쿠데타를 일으켜 프랑스에 또다시 전제적 제정체제를 도입한 일을 이렇게 신랄히 비꼬았다. 나폴레옹 1세는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저 유명한 오리지널 나폴레옹(1769~1821)을 가리킨다.
박근혜 정권이 최순실 일당이 저지른 국정농단 사건과 대통령 자신이 주도한 헌법유린 사태로 속절없이 무너지는 광경을 두고서 다수의 정치학자와 지식인들과 칼럼니스트들이 마르크스의 테제를 꺼내들었다. 아버지 박정희가 비극적으로 몰락했다면, 딸 박근혜는 희극적으로 자멸했다는 것이 논리의 요지였다.
그런데 나는 박근혜 정권에 못잖게 더불어민주당 또한 마르크스의 명제의 효능과 적실성을 다시금 입증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더욱이 박근혜와 문재인 듀오는 유훈통치를 전자는 비극적으로, 후자는 희극적으로 이용해 집권에 성공했거나 집권을 노린다는 부분에서 비극적 찬탈자 삼촌 나폴레옹과 희극적 찬탈자 조카 나폴레옹 사이의 관계와 흡사한 측면이 있다.
김부겸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비주류 정치인을 여럿이 지능형 정치테러라고 불러야 어울릴 문자테러와 후원금 테러를 번갈아 혹은 동시에 당했다. 후원금 테러는 상스러운 욕설을 연상시키는 단돈 18원만을 후원금으로 입금시킨 다음 일부러 반환을 요청함으로써 자기들이 반대하거나 싫어하는 정치인의 사무실 기능이 마비되도록 고의적으로 유도하는 고도의 신종 업무방해 행위를 일컫는다.
김부겸 등이 봉변을 당한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친문세력의 패권을 비판했다는 거다, 명색이 당의 공조직인 민주정책연구원이 문재인 전 대표의 무난한 경선 승리를 위해 헌법 개혁을 훼방 놓으려는 의도가 담긴 문건을 작성한 일에 문제제기를 했다는 거다. 그들은 문재인과 편과 결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문자 폭탄이 난무하고, 후원금 폭탄이 연쇄폭발하는 폭탄 없는 폭탄 테러의 무고한 희생자가 되고 만 셈이다.
나는 문자테러 사건과 18원 후원금 사건을 접하고 1987년 개헌정국에서 세간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세칭 용팔이 사건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올랐다. 당시 장세동이 조직의 수장으로 있던 국가안전기획부는 용팔이로 알려진 김모 씨 수하의 폭력배들을 사주해 통일민주당 창당 작업을 저지하고, 국민들의 개헌 요구를 압살하려고 시도했다. 전두환 정권은 정치적 반대자들의 입을 막기 위해 반문명적이고 반민주적인 정치테러를 서슴지 않고 자행했었다.
시간이 1987에서 2017년으로 바뀌고, 각목이 문자메시지로 진화했으며, 가해자가 안기부에서 친문세력으로 변화했을 뿐, 정치적 반대자들의 입을 힘으로 틀어막으려는 야만적 발상과 파쇼적 행태에는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다. 게다가 안기부와 친문세력 모두 전면적 국가 대개혁의 첫 단추인 개헌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로막으려는 시대착오적 호헌세력이라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민주주의는 반대를 포용하고 반대자의 존재를 용인하는 제도다. 공화국은 다른 사람의 의견과 생각을 국가운영과 정책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시스템이다. 친문세력과 반대편에 섰다고, 문재인과 개헌에 관한 견해를 달리한다고 하여 남들에게 침묵과 굴종을 강요하는 행동은 자기 스스로를 민주주의의 파괴자이자 공화국의 적으로 선포하는 짓과 똑같다.
「동물의 왕국」이라는 자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면 강자가 약자를 사정없이 해치고 물어뜯는다. 양육강식의 원리만이 통용되는 세상이 다름 아닌 동물의 왕국인 까닭이다. 세계가 북한을 ‘동토의 왕국’이라고 야유하는 건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있어야 마땅할 자리에 부자세습에 대한 찬양과 미화만이 가득한 탓이다. 이견을 불온시하고, 반대파를 이단자로 규정해 잔인하게 박해하고 탄압하는 곳이야말로 전형적인 동토의 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주류인 친문세력과 비주류인 비문들이 포식자와 먹잇감의 관계구조 아래 있다는 점에서 동토의 왕국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김부겸 등 몇몇 비주류 국회의원들이 문자 테러에 짓밟히고 후원금 테러로 짓이겨진 일은 약육강식의 법칙이 최소한의 제동장치도 없이 마구 폭주한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과 다른 의견을 표명하는 즉시 시쳇말로 묵사발이 된다는 점에서 동토의 왕국이기도 하다. 당내에서 양지 바른 곳은 오로지 문재인과 친문세력의 차지일 뿐, 정견과 노선이 다른 모든 인물과 집단은 영원히 시베리아를 벗어나지 못할 처지다.
그러나 나는 더불어민주당이 동물의 왕국이 되건, 동토의 왕국이 되건 별 관심이 없다. 솔직히 큰 걱정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새누리당을 동물의 왕국으로 개조하고. 대한민국을 동토의 왕국으로 전락시키려고 집요하게 획책해온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세력을 준엄하게 응징하고 심판하는 실력을 이미 유감없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2016년 가을에 발휘했던 국민의 실력을 마치 정권 다 잡은 것처럼 온갖 오만과 추태를 부리고 있는 야당판 박근혜와 친박세력을 향해 2017년 봄에도 또다시 제대로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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