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복무자에게 보다 따뜻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기고 / 시민일보 / 2017-10-11 10: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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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식물검역인증원 경영지원팀 문준호

    군대에 가기 싫었다.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했지만 입대를 피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피할 수 없다면 즐기기로 결심했다. 학업과 훈련을 병행하며 임관을 준비했고 육군경리장교로 임관하여 5년 4개월간 국방경영관리 임무를 수행하고 전역하였다. 전역 후 군 경력을 인정받아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에 입사하여 약 2년간 민간경력을 쌓았고 이직에 성공하여 현재 농림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인사·회계·총무 등 경영관리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간 살아온 나날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치열함”이다. 가진 것은 없었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전역 후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야 했다. 중기 복무자였던 나의 강·약점, 기회요인과 위기요인을 고민해 봤을 때 강점은 조직과 조직 구성원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빠르게 조직에 융화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약점은 군 경력도 어중간 하고 민간경력도 어중간하여 경력직이라 칭하기도 애매하고 신입직이라 칭하기도 애매한 점이라고 생각했다. 장기복무자에 비해 빨리 사회에 진출할 기회요인은 있었지만 군인연금 같은 경제적 안전장치 부재는 위기요인으로 작용하여 직업을 선택 할 때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군에서 근무할 때 보다 지위나 연봉이 낮아지더라도 일만 할 수 있으면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였다.

    전역 후 사회적 지위도 연봉도 모두 낮아졌다.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특히 주거 문제는 상당한 부담이었다. 군인 신분으로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을 전역 후에도 누리기 위해선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했고 새로운 조직에서 인정받기 위해선 더 치열하게 살아야만 했다. 낮에는 일터에서 밤에는 대학원에서 치열하게 살았고,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는 영어를 듣고 홀로 읊조리며 사회에서 요구하는 실력을 조금씩 쌓아 나갔다. 사회적 지위와 연봉에 우선순위를 두고 살았다면 그간의 삶은 매우 힘들었겠지만,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가치를 높여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삶은 육체적으로 고단 했지만 마음은 늘 즐거웠다. 다만, 중기복무자에게도 정책적인 배려가 조금 더 있었다면 전역 후 시행착오를 최소화 하고 보다 빨리 사회에 적응하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중기복무자 대부분이 30대에 사회에 진출하지만, 취업 시장에서는 크게 환영받지 못한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나이도, 경력도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 고용주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30대 나이에 군 경력이 대부분인 군인 출신을 채용하는 것 보단 상대적으로 젊고 다양한 경험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인력운영에 용이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취업이 상대적으로 쉽고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금융·보험업 또는 프랜차이즈 창업 시장에 군 출신들이 많이 진출하는 것은 군 출신들이 일반기업에 진출할 자리가 많지 않고 군 출신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채용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기 위해선 본인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중기복무자에게 최적화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을 보면 중기복무자와 장기복무자의 차별이 존재한다. 군복무 10년 이상을 장기복무자로 정의하고 5년 이상 10년 미만을 중기복무자로 정의하여 취업지원, 전직지원금, 교육지원, 의료지원, 대부지원, 주택분양 우선순위 배정, 군 복지시설 이용, 자녀에 대한 취업지원 등 약 9개 이상 지원항목에서 중기복무자와 장기복무자에 대한 지원 차이를 두고 있다. 물론 법의 취지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다양한 지원제도 보단 중기복무자에게 정말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고민하고 반영할 필요가 있다.

    현 고용노동부는 전역예정 장병을 대상으로 '특명! 전방을 가다' 특화사업을 운영하거나 취업특강, 집단상담프로그램 등을 통한 취업지원을 실시하고 있고 앞으로도 군 전역자 취업지원에 많은 관심과 정책역량을 기울이겠다고 공표하였다. 국가보훈처도 부처 간 긴밀한 협의와 필요 시 법 개정 등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국토방위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전역(轉役)한 제대군인의 원활한 사회복귀를 돕고 그 인력 개발 및 활용을 촉진함으로써 제대군인의 생활을 안정시키며 경제·사회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중기복무자에 보다 따뜻한 배려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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