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간호사 위로 글’ 편가르기 논란...가벼운 언행 지적도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0-09-03 10:32:33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등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에 반발한 의사들이 무기한 파업에 나선 가운데 간호사들의 노고를 위로한 문재인 대통령의 페이스북 글이 '편 가르기' 논란을 일으키며 빈축을 사고 있다.
3일 오전 10시 현재 문 대통령의 해당 폐이스북 계정에는 대통령이 가벼운 언행으로 의사와 간호사 사이를 이간질한다고 비판하는 등의 댓글이 3만여개를 훌쩍 넘긴 상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페이스북에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렵냐"며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하며 그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고 적었다.
특히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다. 의료진이라고 표현됐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고 밝혔지만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의사들은 물론 상당수 간호사들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페이스북 댓글에서 전공의 서모씨는 “이게 대통령이 할 말이 맞는지 해킹당한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그 간호사들과 동고동락한 사람은 대통령이 아닌 저희 의사들이다. 국가원수의 언행치고는 가벼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전공의는 “사실상 의사들을 겨냥한 글”이라며 “총리가 대화하자고 해놓고 돌아서서 대통령이 의사들을 적으로 돌리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김모씨도 “왜 의료진 사이를 분열시키는지 또 한 번 실망한다”고 적었다.
간호사 단체인 ‘젊은간호사회’도 "간호사 노고를 알아주심에 감사하다"면서도 "의료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면 현재 있는 의료인력부터 확실히 지켜달라"고 반박했다.
특히 "열악한 근무, 가중된 근무환경, 감정노동이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라며 "게다가 간호사들의 어려움을 줄이는 방법은 간호대 증원, 지역간호사제가 아니다. 간호협회가 아닌 진짜 간호사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강조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좌표(공격대상)를 찍었다"며 "의사를 향한 대리전을 간호사들에게 명하신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헌신한 ‘의료진’ 그 짧은 세 음절마저 ‘의사와 간호사’ 분열의 언어로 가르는 대통령"이라며 "다음에는 누구를 적으로 돌리실 셈인가"라고 힐난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의사와 간호사는 원팀인데 코로나 비상시기에 대통령이 의사와 간호사 사이를 이간질하고 싸움붙이는 글을 게시했다"며 "아무리 의사파업 중이라 해도 대통령이라면 절대 해선 안 될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지자들만 보고 국민갈등 조장하는 삼류대통령 되지 마시고 국민들 통합시켜서 일류대통령이 되라"고 조언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오후 국회 국회운영위원회에서 노명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해 "대통령이 오늘도 편 가르기를 했다. '의사는 유감이고 간호사는 헌신한다'고 또 편을 갈랐다. 국민을 이렇게 편을 가른다"고 질책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청개구리 대통령도 아닌데 왜 그러는가"라며 "말은 국민 통합을 외치면서 행동은 국민을 분열시키는 쪽으로 가시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언컨대 어제 대통령의 페북 말씀은 국가 지도자가 하실 말씀이 아니다"라며 "국민을 이간질시키고 상처 주는 말씀을 중단하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도대체 뭘 잘못했다는 말인가'라는 제하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뭘 모르거든 가만히 있으라"고 윽박질렀다.
정 의원은 "방역 최전선에서 수고하고 있는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참 고생이 많다고 위로하고 격려한 대통령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시비를 거느냐"고 날을 세우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트집을 위한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걸기 위해 시비를 거는, 생각이 삐뚤어진 분들은 간호사 선생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좀 살펴보고 찾아보고 말씀들 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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