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회심의 '비례한국당' 카드로 전세 역전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9-12-23 10:41:42

4+1 협의체, 당리당략에 물 건너간 선거법 개정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이른 바 4+1 협의체가 의견을 모았던 선거법개정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대응책 차원에서 언급했던 '비례한국당'이 화제가 되고 있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3일 KBS1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 "비례대표 정당을 만들려면 발기인 200인을 모아 설립준비위를 구성해야 하는데 우리 당력으로 200명은 반나절 만에 만들 수 있다"며 "(정당 설립에 필요한) 당원 5000명도 대수가 아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당명에 대해서도 "비례한국당은 당명의 한 예로 말씀드린 것인데, 그새 다른 분께서 비례한국당이라는 이름으로 창당준비위를 구성했더라"며 다만 "우리 당이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이름이면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통일한국당 세력의 한 축이었던 최인식씨는 지난 10월 23일 비례한국당을 당명으로 하는 정당을 선관위에 등록한 상태다. 


김 의장은 비례한국당을 위한 선거운동을 하면 선거법 위반이라는 정의당의 지적에 대해서도 "우리가 비례한국당을 만들면 그 당은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 당 지지자들이 우리 후보자들을 투표하고 나서 비례대표 정당을 어디에 투표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만 하면 되는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선거운동을 못 하네, 정치자금 조달을 못 하네 별별 이야기를 다 하고 있는데 그런 비난을 해주시니까 전 국민이 비례한국당을 다 알게 되었다"고 여유를 보였다. 


'비례민주당' 출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만약 제도가 채택되면 우리당 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비례민주당이 나올 것"이라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비례민주당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일회용 선거법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의 위성정당 대명사로 언급되고 있는 비례한국당은 그동안 선거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4+1 협의체에 밀려 수세에 처해있던 한국당에 효자노릇을 톡톡이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군소정당들은 그동안 한국당에 불리한 제도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한국당이 위성정당을 띄울 경우, 정반대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실제 기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의석을 확보하는 정당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분석이었다. 


배정받은 총 의석에서 지역구 의석을 제외하고 나면 챙길 수 있는 비례대표 수가 적거나 아예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정 정도 정당 득표율을 기록하는 군소정당은 비례대표만으로 지금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제1야당인 한국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역구 의석은 ‘본가’인 한국당, 비례대표 의석은 위성정당인 비례한국당이 따로 챙기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례한국당이 10%의 정당 득표율만 확보해도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된 50% 연동형 비례대표제하에서는 비례대표를 15석이나 차지할 수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꼼수라는 비판을 듣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선거 승리”라며 “한국당이 반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야합으로 통과시키겠다면 우리도 한 석이라도 더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무리하게 비례한국당을 추진하기보단 협상 무기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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